[월요논단] 검증된 정보사회 청사진 이 필요하다

해가 바뀌면 사람마다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새해 새 결심에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적극적인 소망이 담겨 있다. 정축년 새해는 우리 모두 「더 합리적으로 나아가자」는 다짐으로부터 출발했으면 한다. 그것은 97년이 대선을 치루는 해이므로 더욱 절실하다.

국가대사가 합리적인 토대위에 과학적 검정을 거쳐 입안되고 집행된다면 정권이 바뀌거나 사람이 바뀐다고해도 걱정할 게 없다. 우리가 새해벽두에 「더 합리적으로 나아가자」는 다짐에 무게를 싣는 것도 「국가대계」가 정권이나 사람에 의해 변동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에 이르기 위함이다.

국가대사를 결정할 때 선진국일수록 그 절차가 합리적이며 사회계층의 역할이 분명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지도계층은 토의를 통해 검증하며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순서와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전통으로 되어 있다. 전문가들이 안을 만들면 지도급 인사들이 검증을 하는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과정을 통해 확정된 안은 정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더 이상 좋은 방안이 없어 이의를 달기가 어렵다. 합리적인 절차와 검증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청사진은 그래서 영속적인 실행력이 담보되는 것이다.

모르긴해도 이번 선거에서 크린턴 민주당정부가 바뀌었더라도 고어 부통령이 제시하여 추진되고 있는 수퍼하이웨이 구축사업은 수정없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정권이 바뀌거나 인물이 달라지면 기존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뼈대가 훼손되기 일쑤이다. 기초가 없고 과학적인 점검이 없이 일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각 분야에 확산되고 있는 「정보화」는 그 지향하는 바가 국가경영의 궁극적 목표인 「고효율」, 「생활편익」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제고의 마지막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이 중요한 정보화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마련된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완성된 밑그림 없이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여 분야별로 사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정보화사업은 많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2015년까지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해 구축한다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도 다른 분야와의 조화가 문제가 된다. 2015년의 정보사회가 어떤 모습일 것인지 각 분야를 망라한 청사진을 아직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때까지 초고속 광케이블을 포설할 계획이니 이를 이용할 분야별 추진계획을 세우도록 하라는 것이 당시의 실정이었다.

이밖에도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사회계층의 역할분담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우리는 그분야에 낮선 저명인사를 자주 접한다.

전문가가 해야 할 일에 지도급 비전문인사가 참여한다든가 지도급인사가 해야 할 일에 전문가가 자리를 차지하는 「역할의 혼란」을 우려하는 것이다. 전문분야가 비전문 논리에 의해 오도될 경우를 염려하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균형있고 조화로운 판단을 해야 할 지도급인사의 시각이 특정전문분야 전문가의 그것과 같아서는 안 되며, 치밀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확고한 지식을 판단의 잣대로 삼아야 할 전문가의 전문성이 전체라는 시각으로 희석되어서도 안된다.

전문가의 깊이 있는 지식과 지도계층의 전체를 보는 눈이 과학적인 검증과 다수의 여론의 수렴이라는 과정을 통해 조화될 때 비로소 합리성과 실행력이 담보되는 계획이며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올해부터는 일의 순서를 결정하는 표준화된 새로운 문화적 코드를 가졌으면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97년에 2015년 정보사회의 비전과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종합 다큐메이션을 완성하는 새로운 이정(里程)에 나서야 한다.

국가사회의 영향력 있는 지도 인사들은 다가올 미래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문가집단들은 여기에 구체적인 과정과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집대성한 청사진을 그려내는 작업을 밀도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정 정권과 사람과 무관한 『미래 정보사회의 청사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