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실리콘 밸리에 부는 남아프리카 열풍

【시카고=이정태 통신원】 실리콘밸리가 남아프리카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악명 높았던 백인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대한 전세계의 무역제재에 따라 80년대 남아프리카를 떠났던 컴퓨터 관련기업들이 만델라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아프리카가 새로운 모습으로 안정되자 시장개척에 나선 것이다.

80년 이전 남아프리카에 기반을 다지고 있던 애플컴퓨터는 94년 이미 재진출해 새로 형성되고 있는 흑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시장공략을 하고 있다. 인터넷 웹 엔진의 대명사인 야후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인터넷 서비스에서 남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한 사이트가 8만3천곳이 넘는다. 남아프리카는 이제 이 시장에서 다섯번째 큰 국가가 되었다.

남아프리카는 지난해 정보통신 기술관련 상품구매에 30억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 외국의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사용인구가 1백만명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PC 구입비용으로 5억달러를 썼다. 인터넷시장에서도 주요 고객이 되어가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사이버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디지털 네트워크 텔레폰 서비스를 받고, 서점에서 소프트웨어 CD를 구입한다. 이미 시장은 형성된 것이다. 이런 시장의 형성은 만델라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수인 흑인(전체의 76.2%)이 부를 획득하고, 중산층으로서의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에서 열린 사회로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노벨사 계열의 「턱시도」 컴퓨터 네트워킹 소프트웨어회사의 스코트씨는 『컴퓨터 유저들은 사실상 테크놀로지에 굶주려 있다』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 무역산업부는 서부지역에 기술단지를 구성할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정보통신 관련산업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2년에서 6년까지의 세금감면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등 실리콘밸리의 업체들을 유치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익는 케이블 샛 사스켐의 애브 오스트로브스키 사장은 이미지 압축기술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남아프리카에 세울 계확이다. 그는 96년 초 남아프리카를 방문, 그 변화를 확인했다고 전하고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방문소감을 밝혔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이제 남아프리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