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미국 전화서비스시장은 기술력보다는 마케팅력이 뛰어난 업체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근거는 우선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97년 미국 전화서비스시장이 극심한 변동을 겪을 것이라는 데는 업계 관계자들간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올초 아메리테크를 필두로 지역전화업체들이 장거리전화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고 있고 이에 대응, 장거리전화업체들도 지역시장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말 시작된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위성을 통한 휴대전화 등 올 한해 미국시장에는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게 하는 요소들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에는 다른 흐름도 있다. 지역벨사들이 TV방송사를 위한 전용 광대역네트워크 구축을 보류하기로 했고 대화형TV사업의 재고 등으로 무선케이블시장이 상당히 위축됐다. 또 케이블TV업체들의 전화시장 진출이 일반의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시장 급변과 기술개발 지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 전화서비스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올해는 업체들이 섣부른 기술개발 투자를 지양하면서 기존 서비스를 결합시킨 마케팅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전화 및 케이블TV업체들은 97년 새해에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나서기 보다는 기존 서비스의 장점에 대한 선전을 강화하면서 이들 서비스를 엮는 패키징서비스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통신법의 개정으로 서비스장벽이 완전 붕괴돼 새롭게 열린 새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넓히면서 동시에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AT&T는 다양한 계층을 겨냥한 과감한 마케팅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1대 1접촉을 통한 고객확보도 마다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MFS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한 월드콤은 지역, 장거리, 무선, 인터넷 등의 서비스를 한데 묶은 패키지 통신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MCI커뮤니케이션스는 영국 브리티시 텔레컴(BT)과의 합병을 계기로 올해는 미국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MCI는 특히 인터넷서비스를 중심으로한 패키지서비스와 지불시스템을 통합한 편의성 높은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체들은 자신들 서비스의 특장점을 선전, 이를 통해 고객들을 다른 부문으로 유인하는 기법도 구사할 계획이다. 예컨대 자신들의 인터넷서비스가 고속이라는 것을 선전함으로써 그 기세를 기타 장거리, 무선, 지역 등 여타 부문으로 몰아 고객확보에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화서비스업체들간의 이 같은 마케팅전쟁 여파는 다른 업계를 기대감에 부풀게 하고 있다. 전화시장을 둘러싸고 이들 업체들이 쏟아부을 엄청난 광고, 선전비는 광고업계를 비롯, 신문, TV방송국으로 곧바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