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자 전자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전자4사가 올해 경영방침의 초점을 「책임경영과 수익성 제고」에 두기로 했다고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 구조를 개선하고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적자를 보고 있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방침아래 사업부서장들의 권한을 강화하하고 실적에 따라 신상필벌하겠다는 것이 전자 4사의 기본 입장이다.
올해는 개정된 노동법을 둘러싼 갈등이 새해초부터 끊이지 않게 표출되고 있으며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 국내 경기는 지난해의 침체 국면이 계속 이어져 올 연말께 가서야 상승 국면을 탄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 국내 산업환경은 그 어느때보다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따라서 전자4사가 올해 이같은 경영 방침을 세운 것은 지난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터라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올해 전자업체들이 경영방침을 책임경영과 수익성 제고에 둔 것은 여러 면에서 예사롭지 않다.
지난 연말에 단행된 국내 대표적인 그룹 인사의 잣대는 「실적」으로서 책임 경영이 강조된 바 있다. 실적주의는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전자4사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협력업체들에 현금결제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기술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협력업체는 모기업에 철저히 종속돼 있어 사업장만 다를 뿐이지 사실상 동업관계와 다를 바 없다. 협력업체를 위하는 일이 곧 모기업을 위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수급관계에 놓여 있지 않은 중소기업을 어떻게 보호하느냐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 규모가 작다고 해서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적인 독특한 특성을 갖고있는 산업구조에서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과위주의 경영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문제이다.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동안 명예퇴직제 등을 통해 감원이 이어졌고 또한 최근에는 개정된 노동법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대기업들은 감원에 앞서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를 통해 적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수익 지상주의」는 기업체 단위의 이윤창출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과당경쟁의 문제를 유발한다. 과당경쟁은 결국 가격인하 경쟁으로 이어져 결과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게 되는 것이다.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과당경쟁은 득이 안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단기간의 실적에 집착,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를 소흘히 할 우려가 지적된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영업 조직은 활성화되지만 기업활동의 뿌리가 되는 연구개발부문은 상대적으로 둥한시되기 때문이다. 미 일부 업체들의 올해 사업계획을 보면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 투자도 인색한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우려가 부분적이지만 현실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자산업은 결국 기술력에서 승부가 난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한 것에는 전자산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경기위축으로 기업환경이 어려워진다해도 전자와 정보통신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만큼은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경기를 헤쳐나가는 지름길은 연구개발투자 확대라는 것을 올 한해동안 만이라도 기억하면서 실행에 옮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