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장 크레티엥 총리가 5일간의 공식 방한일정을 마치고 어제 이한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4백여명의 「팀 캐나다」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내한한 크레티엥 총리의 이번 방한은 한국과 캐나다 두나라의 통상 및 과학기술분야의 협력뿐 아니라 민간기업 차원의 협력도 크게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양국 정부는 정보통신기기 상호인정약정을 체결하는 한편 「韓加 과학기술협력포럼」을 개최하고 정보통신, 생명공학, 에너지, 환경 등 4개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 상호 보완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양국 기업들은 총 10억달러에 달하는 60여건의 합작계약도 체결했다.
비록 과학기술협력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번 기회가 양국간의 통상 및 과학기술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우선 양국정부가 정보통신기기 상호인정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앞으로 양국은 상대국 인증을 받기 위한 제품 샘플의 운송 및 통관비용의 절감과 처리기간단축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양국간 각종 검정시험 성적 상호인정 대상 품목은 형식승인 대상인 정보기기, 형식검정대상인 무선통신기기, 전자파장해 검정대상인 전기기기 등 대부분의 정보통신기기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양국의 통상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정보통신, 생명공학, 에너지, 환경 등 4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 「과학기술협력포럼」에서 과학기술 및 산업협력 확대를 위한 보완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은 앞으로 양국 산학연간 교류 및 협력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 준다.
수준 높은 기초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캐나다는 최근들어 정보통신을 비롯한 첨단 산업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지역 진출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올해를 「아시아, 태평양의 해」로 정하고 이번 아시아 순방길에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동반하는 한편 「반도체 캠페인」을 적극 벌이는 것 등은 그같의 정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 노스」라고 불리는 오타와 지역에서는 7백여개의 중소규모 하이테크기업들이 정보통신, 환경처리, 에너지, 인공위성 관련기술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사업에 전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하이테크산업 발전 열기는 몬트리올, 토론토, 밴쿠버 등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는 외국 재조업체의 투자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원대한 구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캐나다는 한국과 같은 중진국과의 협력 및 합작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캐나다 기초과학기술과 한국의 우수한 생산, 제조기술이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한다면 양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과 캐나다의 기술협력 및 통상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 확대되어 왔다. 지난 91년 경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한 이래 양국은 경제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협력을 확대해 왔으며 95년에 산업기술협력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협력관계를 더욱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기술협력분야를 정보통신, 생명공학, 생산기술, 신소재, 에너지, 환경 등 6개 분야로 지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양국의 여러 연구기관은 21개의 협력약정을 체결하고 공동연구활동을 펴고 있다. 양국간 교역 역시 지난 85년 이래 급증세를 보여 작년의 경우 8월말 현재 교역량이 26억달러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을 포함한 전자제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한국과 캐나다 양국의 정부 및 기업간의 실질적인 협력기반은 충분히 조성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캐나다의 이같은 정책과 투자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정부 및 민간기업 차원의 협력을 한층 확대하는 동시에 캐나다를 미주 및 세계시장진출의 주요 산업 및 수출거점으로 삼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