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88)

불길은 더욱 거세게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그 불길 위로 쏟아 붓는 소방관들의 물이 무지개를 그리며 구경꾼들의 머리 위로 쏟아질 때마다 대열이 흐트러지곤 했지만, 사람들은 더욱 모여들고 있었다. 지하철의 운행이 정지된 지금 지하철 이용자들도 역 입구에 줄줄이 서서 솟아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눈은 일상과 틀을 벗어난 장면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익숙하지 못한 장면이 눈에 보여졌을 때 그것은 하나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두려움의 양만큼 희열과 자극을 느낀다.

심재학 대장은 맨홀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는 구경꾼들을 바라보며 그들도 안타까움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불을 끄고, 그 불구덩이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심재학 대장도 불의 양면성을 느끼곤 한다. 화재 현장에 다가들었을 때 힘있게 솟아오르는 불꽃을 보면 두려움을 느낀다. 희열을 느낀다. 불길이 잡혀갈 때 안도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 희열도 줄어든다. 안타까움과 안도가 겹쳐지는 것이다.

심재학 대장은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에서 나왔다는 김 대리를 찾았다. 이미 김 대리를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나와 있었다. 화재도 화재지만 땅속에 묻혀 있는 통신 케이블이 소손되어 두절된 통신선로를 복구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연기도, 솟구치는 불길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 치솟고 있었다.

『구조 대장님, 찾으셨습니까?』

『아 김 대리라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혹시 맨홀 속에 공기가 어떻게 환기가 되는지 알 수 있겠소?』

『환기요?』

『그렇소. 지금 어디선가 공기가 유입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공기를 차단시키지 않으면 불은 계속 번지게 될 거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도면에 나타나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김 대리가 도면을 펼쳤다. 하지만 공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표시는 없었다. 군데군데 환풍구만 표시되어 있었다.

『도면을 보아도 알 수 없는데요?』

『좀 전에 통화했던 통제실장과 다시 통화 좀 할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