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최근들어 급속히 떨어져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평균 환율이 최근 8백48원대를 넘어서 지난해말의 8백44원20전보다 5%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이 설정한 환율방어선인 8백45원이 이미 무너진 것은 물론 8백50원 돌파도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금융연구원은 하반기중에 8백8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자료를 내놓고 있다.
환율은 우리나라 원화와 다른 나라 통화간 교환비율을 지칭하는 것으로 환율의 상승은 곧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원화의 절하는 일단 수출에서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수출업자로서는 같은 금액의 물품을 수출하고도 환율상승폭 만큼 원화를 더 벌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환율상승이 수출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1% 절하될 때 1.22%의 수출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출 상승효과는 수입의존도가 낮은 품목일수록 더욱 큰 것으로 조사됐으며 비교적 수입의존도가 낮은 가전제품분야의 수출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환율상승이 낙관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입업자에게는 수입대금이 올라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무역수지가 나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시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우리 원화의 평가절하도 정부의 이같은 정책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화의 절하에 나섰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이같은 맥락에서 국제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한 절하기조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원화의 절하는 우리의 수출을 늘리는 데 나름대로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엔화에 대해서는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對日 수출은 물론 국제시장에서의 대일 경쟁여건도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선 엔화에 대한 가치의 급속한 절하는 일본으로부터의 상품수입에 큰 부담을 준다.
특히 對日의존도가 높은 부품산업의 경우 수출 상승효과보다 수입에 따른 부담이 커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부품 등 일본에서의 수입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코 원화의 절하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결론이다.
또한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수입물품의 가격을 올려 국내 물가를 치솟게 하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원화의 절하는 분명히 우리의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탄력적인 대응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93년도에 우리의 원화가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당시 일본업체들이 생산을 포기했던 컬러TV, VCR, 전자레인지 등 일부 품목에서만 수출 상승효과를 보았을 뿐 대부분의 품목이 오히려 반감되는 기현상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의 발빠른 대응전략에 따른 것으로 당시 일본은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산 상품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했던 것이다.
원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지금도 93년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싶다.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수출여건에 반전의 기회로 찾아온 원화 절하현상을 슬기롭게 활용할 수 있는 탄력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