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89)

김 대리는 무전기의 키를 열고 통제실을 불렀다.

『통제 1호, 통제 1호, 여기는 전통 4호, 이상!』

『전통 4호, 여기는 통제 1호 이상!』

『광화문지점 김 대립니다. 통제실장님 좀 부탁드립니다.』

『김 대리? 통제실 정 과장이오, 거기 상황이 어떻습니까?』

『통신구를 통해 계속 불이 번지고 있습니다. 맨홀마다 불길이 치솟고 있습니다. 상황이 아주 안 좋습니다.』

『그래요? 실장님이 잠깐 옥상에 올라가셨는데, 무슨 일 때문에 찾으시죠?』

『이곳에 나와 있는 구조대장께서 통화하고 싶으시답니다.』

『그렇습니까?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아, 들어오시네요.』

경복궁 옆과 뒤쪽에서도 연기와 불길이 솟구치고 있었다. 심재학 대장은 경복궁 뒤에 자리한 청와대를 바라보았다.

청와대에서도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었다. 소방차가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면서도 청와대 부근을 지날 때에는 사이렌소리도 울리지 않도록 되어 있었지만 이 맨홀 화재가 계속 번진다면 청와대까지 불길이 옮겨붙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어쨌든 청와대까지도 통신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대장님! 통제실장님 나와 계십니다. 통화하십시오.』

심재학 대장은 김 대리가 건네주는 무전기를 받아들고 통제실장과 통화를 시작했다.

『여보세요, 통제실장입니다.』

『아, 저는 구조대장입니다.』

『고생이 많습니다.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화재가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얼마큼 번져 있는지 확인도 여의치 않습니다.』

『도시가스관은 찾았습니까?』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헌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알고 계실는지 모르겠는데요.』

『어떤 일이지요?』

『맨홀 속의 공기를 어떻게 환기시키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어디선가 공기가 유입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유입 공기를 차단시켜야만 진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환풍구의 반쪽이 흡입구입니다. 한쪽에서는 공기가 유입되고 한쪽에서는 공기를 배출시키게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