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92)

신은 아니다. 신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

인간이다. 신의 위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초인. 초인은 신과 인간이 함께 존재할 때 그 빛을 발한다.

초인은 평온한 가운데 탄생하지 않는다. 초인은 혼돈 속에서 탄생한다. 불은 혼돈.

사내는 소리를 듣는다. 초인의 소리였다. 신의 소리였다.

- 조로아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전에는 최대의 모독은 신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

그리고 신과 함께 이러한 모독자들도 죽었다. 이제는 대지를 모독하는 것과, 불가사의한 존재를 대지의 의미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모독이다.

이제까지 영혼은 육체를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으며, 그 경멸이 최고의 선이었다. 영혼은 육체가 굶주림으로 인하여 야위고 수척해지기를 바랬다. 그렇게 됨으로써 영혼은 육체와 대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오, 그러나 굶주려 야위고 수척해진 것은 오히려 영혼 자체였으며, 잔혹은 영혼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말해 보라! 그대들의 육체가 그대들의 영혼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가? 그대들의 영혼은 궁핍이며, 불결이며, 비참한 안일이 아닌가? 실로 인간은 하나의 오염된 강물이다. 오염된 강물을 받아들이지만, 자신이 오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은 바다가 되어야 한다.

들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에 대해 가르치노라. 초인이란 이러한 바다이며, 그 속에 그대들의 커다란 경멸마저도 가라앉게 할 수가 있다.

그대들이 체험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거대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크나큰 경멸에 부딪쳤을 때이다. 그대들의 행복도, 그대들의 이성도, 그대들의 미덕도 모두 혐오의 원인이 될 때이다.

그대들이 이렇게 말할 때이다, 「나의 행복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궁핍이며, 불결이며, 비참한 안일이다. 그러나 나의 행복은 생존 그 자체를 변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대들이 이렇게 말할 때이다. 「나의 이성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사자가 먹이를 향해 달려들 듯, 지식을 갈구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궁핍이며, 불결이며, 비참한 안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