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의 세계화 추진을 전담할 법인설립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용산전자 상가상우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용산전자단지 세계화추진위원회가 그동안 미루어 오던 법인 설립계획을 최근 확정하고 이달중에 법인설립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아래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총회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화추진위원회를 주축으로 공식 출범할 법인의 명침이나 규모에 관한 구체적인 윤곽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이번에 설립할 법인을 통해 애프터서비스(AS), 창고운영, 물류, 이벤트 등 각종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을 확정해 놓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용산전자상가의 난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AS만 보더라도 용산전자상가의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그동안 점포별로 수행해 오던 서비스업무를 AS회사 설립을 통해 전문화하긴 했으나 고객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벤트를 내건 판촉행사도 상가별로 독특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행사보다는 할인판매 토요시장 등 비슷비슷한 행사추진으로 상가의 이미지 차별화는 물론 고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홍보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용산전자상가 하면 싸구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도매시장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어 있고 세계적인 전자상가로서의 역할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가매장들의 전문화는 요원하고 매장들은 고객만족보다 매출확대에 급급해 가격인하경쟁만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산전자단지 세계화추진위원회의 법인설립은 분명 신선한 것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이번 법인설립으로 용산전자상가가 세계적인 상가로 발돋움 할 수 있고 상가업체들간 선의의 경쟁을 유발함으써 상가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용산전자상가의 발전추세에 비춰볼 때 이번에 신설될 법인이 이름 그대로 「상가세계화를 추진할 전문법인」으로 자리매김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신설법인이 세계화 추진을 전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관련업계의 솔직한 평가이다.
용산전자단지 세계화추진위원회에 참여하는 실무자들은 상우회회장을 중심으로 법인설립에 온 힘을 쏟고 있으나 자금조성과 책임자 인선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상가업체들이 국제화를 겨냥해 자발적으로 결성했다기 보다는 올 3월 개장을 앞둔 국제전자센터을 의식한 것이라는 생태적 한계도 법인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세계화추진 전담 법인이 설립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인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 유의하여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상가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사업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화추진 법인이 설립되고 갖가지 사업이 계획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상가업체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한 사업의 성공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세계화 추진법인은 상가업체들의 영업에 실제 도움이 되는 공동AS센터 설립을 비롯 공동브랜드 개발, 매장 전문화, 공동창고 운영 등 사업개발에 남다른 노력을 보여야 한다. 또 법인내에 거래정상화 분과위원회를 구성, 무자료거래와 원가 이하의 가격파괴, 거리판매, 호객행위 등 불건전한 유통행태를 근절하고 유통정보화를 실현,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용산전자상가의 각종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돼야 할 것이다.
세계화추진 법인이 단순히 상가업체들의 하소연이나 들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설립취지 대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으로 자리잡으려면 법인의 자체 노력은 물론 행정관청의 지원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용산구청 등 행정관청은 국제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용산 전자상가 인근지역에 전자박물관을 개설하고 테마파크를 조성해 해외 관광객의 상가유인을 통해 상가활성화를 도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소비자도 용산전자제품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을 타파함으로써 상가업체들의 세계화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