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67년 경제기획원이 국내처음으로 인구조사용으로 IBM의 대형컴퓨터인 「1401」기종을 도입한 지 올해로 30년째를 맞이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로인해 한국IBM에게 정축년 97년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한국IBM은 이미 회사 설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엠블럼을 제작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컴퓨터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듯이 한국IBM도 국내 진출 외국계 컴퓨터업체중 한번도 정상의 위치를 내주지 않고 줄곧 수위를 달려왔다. 올해 매출 목표도 사상 처음으로 PC를 포함해 1조원으로 잡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를 향해 한국IBM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그 선봉을 새로 부임한 신재철 사장이 잡았다. IBM이 주창하고 있는 「네트웍컴퓨팅」이라는 제3세대 컴퓨팅 개념을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신 사장을 만나 올해 새해 계획과 포부를 들어보았다.
한국IBM의 지난해 사업 실적은 어떠했는지요.
최종 집계가 아직까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95년과 비교해 매출과 이익면에서 두자리 숫자 이상 성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IBM은 지난 3년 연속 만족할 만한 사업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에따라 회사의 재무구조가 매우 건실하게됐으며 직원도 3백여명이나 늘어났습니다. 특히 지난해 LG전자와 합작으로 설립한LGIBM PC주식회사가 순항을 거듭하고 있고 네트웍컴퓨팅과 관련, 국내 CI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IBM이 「넘버1」 기업으로 평가된데 매우 고무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내 경제침체 기조가 올해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이로 인해 주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가급적 줄이고 있어 전산투자도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사업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요.
올해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이에따른 설비투자가 부진할 것이라는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전산투자마저 줄어 들 것이라는데는 전적으로 수긍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기 위축의 원인이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투자의 우선 순위가 조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중 하나가 전산투자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IBM은 올해 ▲네트웍컴퓨팅 환경의 선두주자 확보 ▲PC 등 다소 부진했던 사업분야의 고도성장 기반 마련 ▲경영동반자와의 협력 관계 강화를 중점 경영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네트웍컴퓨팅=IBM」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총력을 경주할 계획입니다. 이미 한국IBM은 기존 전산실 기능중 상당부문을 호주의 메가센터로 이전했으며 여기서 로터스 노츠를 기반으로한 인트라넷을 통해 모든 전산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IBM은 IBM이 판매하는 것을 사용한다」는 기업 모토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즉 세계IBM 조직을 통해 실제 운영하고 있는 네트워컴퓨팅을 고객에개 소개, 그들의 비지니스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 입니다.
또 지금까지 PC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이제 LGIBM이 탄생함에 따라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IBM은 새내기 LGIBM의 성공을 위해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 입니다.
특히 올해는 경영동반자(대리점)들과의 관계 증진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지난해 선포한 경영동반자 헌장에 입각해 경영동반자들이 안심하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자금, 기술, 교육,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IBM이 직접 물건을 파는 것 보다 경영동반자들이 제품을 팔도록하고 한국IBM 직원들은 이들을 지원하는데 더욱 관심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IBM은 특정 산업별로 영업조직을 두고 있다는 데 각 산업별 영업조직의 올해 사업 계획을 밝혀주십시요.
IBM은 금융, 제조, 서비스, 통신 등 13개 주요 산업별로 영업조직을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비지니스 형태와 업무 처리 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에 각 산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즉 미국 유명 은행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를 각국 주요 은행에 비슷하게 적용하는 방법이지요.
한국IBM은 본사 처럼 모든 산업별 조직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금융, 제조, 서비스, 공공영업부문은 산업별 영업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금융산업은 구조개편의 파고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은행의 합병, 증권사간의 통합 등 여러가지 형태의 합종연횡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한국IBM은 이에 대비한 선진국의 다양한 경험과 방법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IBM은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사이트와 경험을 갖고 있어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최근 몇년 동안 국제화,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따라 전산시스템도 글로벌화에 걸맞는 시스템으로 재구축해야할 시점에 왔다고 봅니다. 한국IBM은 이에 대응해 경쟁사라도 우수한 솔루션이 있으면 협력하여 국내 제조업체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려합니다.
특히 IBM은 신속한 고객 지원 및 유지보수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글로벌서비스 조직을 새로 발족시켰으며 올해에는 이 예하에 네트웍서비스 조직을 신설, 전세계적인 유지보수와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 필요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전문 서비스업체를 발굴, 이들로 하여금 서비스를 실시토록 하겠습니다.
각 영업본부가 자신감을 갖고 영업 일선에서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제품 전략이 있다면.
올해 특별히 변화되거나 획기적인 제품이 발표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기종별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해 기능 향상에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대형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운영체계인 「OS390」이 X오픈 그룹으로부터 유닉스로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대형 엔터프라이즈 서버로서의 이미지 변신에 총력을 경주하고 중형 시스템인 「AS/400」의 경우 지난해말 사상 최대 규모의 신제품을 발표한 바 있어 올해는 이의 보급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한국IBM은 올해 회사 설립 30주년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지.
우선 그동안 저희 회사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고객 여러분과 각계 각층의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사계획 중 현재 엠블럼 제작 등은 확정됐으나 다른 방안은 구상 중입니다. 다만 학술 행사, 세미나 등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읍니다.
한국IBM은 여러가지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되고 있는 데 지난해 국내 업계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모빌오피스제도 및 집중형 인력투입제도(CRM)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지요.
모빌오피스제도를 시행해 본 결과 당초 예상 보다 성과가 좋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직원을 지난해 3백명 정도 충원한데 비해 사무실 면적은 기존과 동일하게 사용함에도 오히려 여유가 있을 정도 입니다. 특히 영업직원들이 고객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대고객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CRM제도는 한국IBM 내 전문인력을 고객 환경에 맞게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올해는 이 제도의 확대 발전을 위해 사장 직속의 기구를 두어 운영상의 미비점을 개선해 확고한 제도로 자리잡아 나가도록 할 방침입니다.
최근 탄력적 복리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 제도의 도입 목적은 무엇인지요.
지금까지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지 제도는 직원 개개인의 취향이나 요구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됐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총액이 동일한 조건에서 메뉴방식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한 게 이 제도의 도입 목적입니다. 즉 회사 편의주의가 아니라 직원 편의주의로 복리 개념의 발상을 전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 컴퓨터업체들은 일방적으로 물건을 팔고 국내산업에는 기여치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데 이에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요.
한국IBM은 한국 속의 기업으로 토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기업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우에는 환경분야에 중점을 두어 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환경교육용 CD롬 타이틀을 제작하여 교육부 장관, 전국 각 교육청, 초등학교에 보급했습니다.
올해는 교육분야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우선 연초에 해외 사이버 대학들의 석학을 초빙하여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며 국립특수교육원과 협조하여 장애아 신생관리를 위한 데이타 베이스를 개발, 장애아 교육자를 위한 교육환경 구축에 전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산업 기여 측면에서 보면 현재는 한국IBM이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IBM은 한국에서 지난해 약 11억달러 상당의 전자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올해는 아마 품목이 더욱 늘어나고 물량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2000년 연도 표기와 관련해 전산시스템의 혼란이 예상되는 소위 「2000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데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밝혀주십시요.
이 문제는 향후 1∼2년간 전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될 전망입니다. 한국IBM은 「2000년 문제 전담 프로젝트」팀을 서비스사업부에 두고 있는 데 올해는 더욱 이 팀의 인력을 보강,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2000년 문제에 대한 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2000년 문제는 전산담당자가 해결할 일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최대 현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