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연초부터 조직축소 및 행정직 인력의 신규모집 중단 등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는 보도다.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각 연구기관들은 행정직 인력의 인건비마저 연구개발 프로젝트 수주에 의해 마련된 용역연구비에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정부출연 연구과제에 대해 인정하는 인건비 내용에 있어서도 성과급, 특별수당, 퇴직금 충당제도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구기관들이 인건비 확보에 초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다.
출연연구기관들은 그동안 기업체 수준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급의 1천%에 가까운 각종 수당제도를 마련, 운영해 왔으나 이들 수당이 대부분 PBS 인정항목에서 제외됨에 따라 올해 예산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이같은 비연구직에 대한 실질적인 감원 및 기구축소 움직임은 최근의 경기불황과 관련, 정부기관 및 일반기업체에서 일고 있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명예퇴직 바람과 함께 종전의 정부지원에 의존하던 안이한 자세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연구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일단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정부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PBS를 도입, 시행키로 한 것도 결국 연구기관에도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쟁원리를 적용함으로써 연구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지금껏 정부지원에 의존하던 안이한 자세를 고쳐야 하며 방만한 연구활동을 전문화,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현재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해마다 반복해서 제기될 인건비 확보방안으로 연구과제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대형 중장기 프로젝트를 갖고 있을 경우 장기적으로 연구비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하며 직원 수급 및 연구소 발전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스템공학연구소의 경우 정보통신 연구개발사업분야를 전략분야 요소기술개발사업과 차세대 원천개발사업으로 구분, 과제의 대형화를 통한 연구재원의 지속적인 확보방안을 마련했으며 에너지기술연구소는 연구소 고유기능에 부합되는 기술을 묶은 빅(BIG)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이같은 연구과제 대형화, 복합화 바람은 연구과제의 규모나 비용에 관계없이 무작정 연구를 수행하던 종전의 백화점식 연구개발 행태에서 탈피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장 감원과 기구축소 등 인건비 확보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PBS제도는 자칫 연구기관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저해하고 오히려 연구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 제도 도입 당시부터 연구기관들의 반발을 사왔고 정부에서도 이 제도를 일률적으로 강제 시행하지 않고 연구기관의 성격에 따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이나 방향이 나온 바 없기 때문에 PBS는 당초 예정대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될 것이란 게 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이나 방향은 96년도 결산과 97년도 예산안이 나오는 오는 2,3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인건비 확보가 변수로 돼 있는 97년도 예산안이 어떻게 마련될지 자못 궁금하다.
또 연구기관들이 인건비 확보에 비상이 걸린만큼 올봄에 있을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임금협상도 지난해 이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구분위기 쇄신은 생활급 보장없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제도 시행상에서 연구기관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