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강렬해지는 불.
더욱 검게 치솟는 연기.
독수리가 비상하고 있었다. 그것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마리였다. 그들은 모두 쏜살같이 하늘로 비상을 시도하고 있었다.
광기, 그 독수리의 눈빛은 광기에 차 있었다.
불의 빛이었다.
사내에게 있어서 독수리는 일종의 영매였다. 스스로 새가 된다는 것 혹은 새와 함께 한다는 것은 일종의 접신적인 여행을 할 능력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고대의 사제들은 주술적 비상을 위해 조형(鳥形)의상을 입었지만 사내에겐 특별한 의상이 필요 없었다. 손끝 하나로, 컴퓨터 키보드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불 구경을 하는 군중들 위로 검은 독수리가 비상하고 있었다. 경멸과 조소, 비웃음을 웃으며 검은 연기를 타고 하늘로, 하늘로 마냥 치솟고 있었다.
사내는 시커먼 날개를 퍼덕이며 위로 위로 치솟아 하늘 높이 사라지는 독수리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또다른 독수리 한 마리가 불 속에서 비상하고 있었다.
-조로아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동물과 초인 사이에 놓인 하나의 밧줄이고, 심연 위에 놓인 밧줄이다.
그 줄을 타고 건너가는 것도 위태롭고, 뛰어넘는 순간도 위태롭고, 뒤돌아보는 것도 위태롭고, 공포에 질린 채 그 위에 머무는 것도 위태로운 일이다.
인간이 위대하다는 것은, 그의 삶이 하나의 다리일 뿐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삶이 과도(過渡)이며 몰락이기 때문이다.
나는 몰락 이외에는 살아갈 방도를 모르는 자를 사랑한다. 그들은 피안을 향해 건너가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크게 경멸하는 자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위대한 숭배자이며, 피안을 동경하는 화살이기 때문이다.
몰락하고 희생해야 하는 까닭을 별들의 해후에서 찾는 자들이 아니라, 언젠가는 대지가 초인의 것이 되도록 대지에 몸을 바치는 자들을 사랑한다.
인식하기 위해 살며, 언젠가는 초인이 살 수 있도록 인식하려고 하는 자들을 나는 사랑한다. 이들은 자신의 몰락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