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상에서 라우터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근거리통신망(LAN) 구축시 없어서는 안될 장비로 널리 알려진 라우터가 후발주자인 스위치에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라우터(router)는 LAN과 LAN 또는 LAN과 원거리통신망(WAN)을 연결하는 장비.여러 클라이언트(PC)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전송하는 데이터를 LAN과 WAN을 통해목적지 클라이언트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LAN을 구축하려는 기업이나 기관들은 그 어떤 네트워킹 장비보다 라우터에 우선순위를 두어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보다 성능이 좋은 라우터를 구입하는데 적지않은 비용을 들였다.
이처럼 네트워크장비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던 라우터가 지난해부터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스위치가 라우터의 기능을 대체하는 강력한 후발주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라우터는 LAN의 근간망(백본)에 위치, 부서단위(워크그룹)급 소규모 LAN의 수문장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스위치는 라우터의 하단에 물려 라우터가 수신하는 데이터를 각 소규모 LAN에 뿌려주는 역할을을 하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라우팅 모듈을 장착한 고성능, 대형 백본스위치가 등장,라우터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특히 인터넷프로토콜(IP)을 주요 프로토콜로 사용하는 인터넷, 인트라넷이 확대되면서 IP만을 고속으로 처리하는 스위치가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라우터보다효율성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라우터보다 스위치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도 라우터의 퇴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우터는 라우팅 소프트웨어에 상당부분 의존하기때문에 데이터를 다수의 하드웨어(프로세서)로 처리하는 스위치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비동기전송방식(ATM)이 보급 확산되면 라우터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ATM 네트워크는 라우터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라우터가 네트워크 전면에서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의 한 조사업체는 전세계적으로 라우터의 성장률이 점차 떨어질것으로 예상했다.
美 데이터커뮤니케이션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라우터 분야 세계 시장의 지난해 성장률은 42% 정도이나 올해는 그 수치가 31%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도 사정이 비슷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부터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구축되는 네트워크에 라우터 도입이 현저히 줄고 있다.
94년 1백50억원, 95년 2백50억원에 이어 96년 5백억 규모로 고속성장했던 국내 라우터시장이 올해는 4백~5백억원 규모로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며 98년에는 약 2백억원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네트워크업계는 그러나 라우터 시장이 당분간 어느 수준을 유지할 것이지만 조만간아 스위치에 완전히 밀려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