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무선호출사업자에 올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이다. 지난해 6월 10개 지역사업자들이 일제히 획득한 발신전용휴대전화(CT2) 사업권은 단방향 통신사업자였던 무선호출사업자들을 양방향 통신사업자로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CT2사업은 지난 92년 무선호출이라는 정보통신시장의 변방에 입성한 이들 업계가 그동안 끊임없이 추구해 온 종합 정보통신사업자로의 도약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역 무선호출사업자들의 협의체인 한국무선호출협의회 제5대 회장으로 내달 취임할 김종길 나래이동통신 사장을 만나 격변기를 헤쳐나갈 무선호출업계의 변신전략을 들어보았다.
-1, 2대에 이어 5대 한국무선호출협의회장을 다시 맡으셨는데 올해는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회장 재취임 소감부터 한 말씀 하시죠.
무선호출협의회 회원사들은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거의 한 몸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서로 연계돼 있습니다. 광역 무선호출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더욱 뗄 수 없는 사이로 발전했죠. 지금까지 협의회는 친목단체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무선호출사업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술개발, 시장조사 등의 업무를 충실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올해는 특히 CT2서비스인 시티폰과 고속 무선호출 등에서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상황변화에 대처해야 할 일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올해 무선호출사업자들의 최대 이슈는 두 말할 것 없이 시티폰일텐데요. 시티폰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글쎄 여러가지 시각이 있습니다만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은 주로 외국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만 나라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알기로는 시티폰 서비스에 실패한 나라 대부분이 시티폰과 셀룰러폰을 같은 사업자가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외국의 시티폰 가입자 중 60%가 삐삐 가입자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티폰사업 성공의 관건을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고객 인지도 향상과 완벽한 서비스 제공, 저렴한 요금입니다. 이웃 일본의 PHS를 보더라도 사업자들이 초기 1년 이상 시범서비스를 통해 PHS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달 남짓 동안 시범서비스를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짧은 기간에 어떻게 일반인들에게 시티폰을 인식시키느냐가 사업성패의 관건입니다.
그동안 무선호출사업에서의 경험을 무기로 시티폰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더욱이 시티폰사업에 7백억∼8백억원이 투자됐는데 성공 못하면 안되죠. 전직원들이 혼신의 노력으로 뛸 것입니다.
-상용서비스 일정을 연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통신서비스는 충분한 품질이 보증돼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업을 준비할 당시에는 수도권에 세워야 할 기지국을 1만7천개 정도로 책정했는데 막상 세밀하게 분석해 보니 서울에만도 2만5천개 정도는 돼야 소비자들이 만족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일본 PHS의 경우 초기에 3천∼4천개 기지국만으로 그 넓은 동경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관계로 서비스 커버리지가 극히 부족했습니다. 이 때문에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초기 가입자들의 해지가 속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야 없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기 위해 마냥 연기만 할 수는 없고 적어도 1만2천개 정도 기지국을 세운 다음에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기로 사업자들이 합의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입장도 있고 해서 저희들이 최대한 빨리 기지국을 세워 2월 중에는 서비스가 시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티폰이 올해의 핵심이긴 하지만 최근 나래이동통신이 발표한 장기비전을 보면 무선호출, 시티폰에 머물지 않고 종합 정보통신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한 의욕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장기비전에 담긴 구체적인 사업전략을 설명해 주십시오.
나래이동통신은 창업 초기부터 종합 정보통신기업으로의 성장을 표방하고 무선호출서비스에만 만족하는 기업이 아님을 강조해 왔습니다. 따라서 나래이동통신은 21세기 매출 1조원 기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무선호출과 시티폰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무선통신서비스사업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확장되는 사업영역은 무선통신서비스, 멀티미디어 접속, 정보서비스, 고객관리지원 등 크게 네 가지 사업군으로 분류됩니다. 멀티미디어 접속사업은 케이블방송, 초고속 정보통신망사업, 주문형 비디오사업 등을 말하고 정보서비스사업은 정보검색서비스, 주문형 정보서비스 등을 포괄합니다. 또 고객관리 지원사업은 현재 메신저서비스로 이용되고 있는 교환원을 활성화한 고객상담, 고객 스케줄관리 등의 오퍼레이터 서비스사업과 DM 관련사업 등을 말합니다.
-장기비전을 보면 「21세기 토털 정보브리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보브리지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해 보이기도 하고 정보통신사업자로서의 경영비전을 잘 포괄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정보브리지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 주변에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들 정보와 데이터는 그대로 두면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정리해 시간적 낭비없이 제공할 수 있다면 이것이 정보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래이동통신은 바로 이러한 정보산업을 일으키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보와 인간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나래이동통신이 담당하겠다는 것입니다.
-초고속망사업, 종합유선방송사업 등에도 진출의지를 표명하셨는데 참여방안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저희들이 표현한 초고속망사업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별 초고속망사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종합유선방송사업도 나래이동통신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아니고 대주주인 삼보컴퓨터가 추진하고 있는 안산지역 종합유선방송 사업권 획득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형태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무선호출시장에는 제3사업자인 해피텔레콤이 조만간 사업을 개시할 뿐만 아니라 올해 안에 몇 개 지방사업자들이 추가로 생길 예정입니다. 제3사업자의 등장에 따른 올해의 무선호출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무선호출시장은 1, 2년 전부터 포화상태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동안 사업을 해 온 바로는 이제는 성숙기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급성장의 상승세는 어느 정도 둔화되고 해지율 역시 3% 이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올해도 이러한 안정세가 계속돼 올해의 총가입자 증가는 1백만여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사업자의 등장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신규사업자의 사업시작으로 또다른 영역의 시장이 생길 수도 있고 기존의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 후발 사업자가 함께 동반성장을 기해야 할 줄로 압니다. 지난 시절 제2사업자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신생사업자도 부분적으로는 겪겠지만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발사업자가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해피텔레콤도 한국무선호출협의회 회원사로 가입하게 됩니까.
해피텔레콤은 무선호출만 하는 사업자이지만 우리 회원사들은 무선호출과 시티폰을 동시에 하고 있어 당장 회원사로 받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선호출사업에서는 최대한 협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해피텔레콤이 광역 무선호출서비스 제공을 원할 경우 협의회가 협조해 드려야죠.
-015 무선호출사업자들은 주고객이 청소년층이어서 그런지 기업문화가 젊고 역동적인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정보통신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업계의 발전전략에 대해서도 젊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이제 통신시장 개방이 채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도 이에 따라 여러가지 제도와 규제를 정비하고 완화해 주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업자도 정부만을 쳐다보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탁상공론도 지양해야 합니다. 안되는 이유 10가지를 찾는 시간에 되는 방법 1가지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칙론에는 뜻을 같이 하면서도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진정한 국내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한 발씩 양보하는 덕을 길렀으면 합니다. 사업자간의 무모한 경쟁, 기술경쟁이 아닌 제살깎기식의 가격경쟁이나 덤핑 등은 이제 서로 자제하고 좀 더 질 높은 승부를 할 수 있는 토대와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