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정보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국회정보통신포럼(회장 임복진 국민회의 의원)과 전자신문사가 공동주최하는 국회 정보통신 전시회가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개막돼 국회 정보화 열기를 한층 달군다.
회장인 임복진 의원은 이번 전시회 개최와 관련, 『晩時之歎은 있지만 국회의 정보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행사』라고 지적하고 『국회의 정보화 마인드를 확산하고 나아가 국회차원의 정보통신 정책개발에 일조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국회의 정보화 마인드 확산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2시부터는 「컴퓨터 전문가 대접」을 받고 있는 개그맨 전유성씨가 「인터넷 강의」를 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익스플로러 활용특강」을 한다.
28일에는 한양대 박승권 교수의 케이블TV 관련 특강이 이어지고, 전시회 기간 내내 삼보컴퓨터에서 의원 및 보좌진을 대상으로 「노트북컴퓨터 이용방법」 일대일 교습에 나선다.
국민의 대표기관에서 벌어지는 정보화 행사인 만큼 기업체들의 참여열기 역시 뜨겁다. LG전자, 대우통신, 두산정보통신, 핸디소프트, 쌍용정보통신, 아이티아이, 엘렉스컴퓨터, 팬텍, 오픈네트웍, 텔슨전자, 뉴텍노트북컴퓨터, 한국이동통신, 엔터프라이즈 등 내로라하는 15개사가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다.
이들 기업은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인터넷서비스, 시스템통합(SI), 이동통신, 무선호출, 매킨토시 등 정보통신 각 부문별 대표주자격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한 곳에서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흐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전시회에는 국회와 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수한 국회의장과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비롯, 김영배 부의장, 강봉균 정보통신부 장관, 김상영 전자신문 사장, 정호선 의원 등 다수가 기념식에 참석해 개막테이프를 끊고 전시장을 돌아볼 예정이다. 정보화에 관련해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지난해 10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의정사상 최초의 「정보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호선(국민회의) 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위해 노트북PC를 휴대한 채 연단에 올랐다. 별일 아닌 것 같은 이 모습은 곧이어 「발언을 할 수 있다」 「못한다」로 옥신각신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본회의 연설에 노트북PC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국회 규정까지 나왔다. 결국 의장의 제지로 정 의원은 노트북PC를 그대로 둔 채 서면원고를 이용, 대정부 질문을 마쳤고 이 해프닝은 한동안 언론의 화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터넷, 영상회의, 초고속 정보통신망 등으로 대표되는 정보인프라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이버 민주주의」 「전자국회」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문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정치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는 어떤 사람도 「국민의 대표」 「민의의 수호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클린턴과 돌이 맞붙은 지난 대통령선거는 선거사상 최초의 인터넷 전쟁으로 기록됐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의원모임이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 있고 미래를 들여다 보기 위한 의원 개인의 노력도 차츰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천리안을 비롯한 국내 컴퓨터 통신망이나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 일반국민과 지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정을 홍보한다. 국민과 그들의 대표간에 이루어지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전자통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정보화」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려고 모여서 토론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도 듣는다. 어떤 의원은 업계의 세계적 거물들을 차례로 만나고 어떤 의원은 정보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과 가정의 안방까지 훑는다.
그러나 아직은 「일부」이다. 전체적인 대한민국 국회의 정보화는 「286수준」이다. 정 의원 해프닝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의원회관에 펜티엄급 PC를 갖추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국회 사무처가 지급하는 비품으로서의 PC부터가 286이나 386급이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 정보화 지수가 가장 낮은 부문이 「정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치인이 「컴퓨터」나 「인터넷」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전문가처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것을 통해 국민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직원 등 국회 구성원들의 「정보화 마인드」를 제고하는 일이다. 국회가 「286에서 펜티엄」으로 「업 그레이드」되면 국민의 「미래」 역시 「업 그레이드」될 것이다. 이번 국회 정보통신 전시회는 그런 의미에서 국회와 국민을 잇는 「정보사회의 가교」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