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8백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미국 최대의 온라인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곤경에 빠졌다. 뉴욕, 시카고, 워싱턴 등 미국의 20개주 검찰들이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유는 온라인업체로서는 거의 모욕이나 다름없는 「서비스부실」.
미 20개주 검찰은 이달 중순 AOL의 서비스가 불통, e-메일교환이 되지 않았던 데 대해 논의해보자고 회사측에 요청했다. 소비자들의 잇단 AOL제소에 검찰이 앞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AOL은 네트워크운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향후 3억5천만달러를 들여 네트워크용량을 확대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말 AOL이 인터넷서비스요금체계를 전환하면서부터. AOL은 서비스요금을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에 맞춰 월 19.95달러, 무제한 접속방식으로 바꿨다. 가입자들이 평상시보다 훨씬 더 늘었고 인터넷이용도 폭증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 접속이 힘들어지는 등의 정체현상을 보이다가 급기야 AOL 네트워크의 e-메일교환기능이 마비되고 만 것이다.
용량의 확대를 밝혔지만 사태 초반 AOL의 안이한 판단 및 대응은 소비자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여파는 미국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다가 마침내 AOL의 관계자를 검찰이 소환하는 수준으로까지 오게 됐다.
AOL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AT&T, 마이크로소프트, 컴퓨서브, 프로디지 등 경쟁업체의 이득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온라인 서비스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업계 전체 문제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AOL과 유사한 경우가 언제 자신들에게도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번 AOL 사태는 설비의 용량은 계산하지 않고 무리하게 가입자수를 늘리려는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