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케이블TV사업자들이 최근 인터넷접속 서비스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종래 장점으로 내세웠던 「다채널」의 의미가 퇴색함에 따라 그 대응책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용량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통신사업에 뛰어들어 방송, 통신 겸업에 나선 것이다.
케이블TV업체 중 가장 먼저 인터넷접속 서비스에 나선 곳은 무사시노케이블텔레비. 지난해 10월 전송회선은 광파이버로, 개별세대의 인입선은 동축케이블로 연결하는 광, 동축 하이브리드 방식 케이블TV망을 통한 서비스를 개시했다.
세콤이 40% 출자해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개국 당시부터 디지털 위성방송이 개시되면 케이블TV의 경영이 어렵게 될 것으로 판단, 양방향 통신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지난해 4월 개국한 마루베니 계열의 타운텔레비도 최신 방식의 케이블망을 이용해 오는 5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도큐케이블텔레비전도 오는 4월 인터넷접속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케이블TV업체들이 잇따라 인터넷접속 서비스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조치로 케이블TV사업자의 통신겸업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미 16개 사업자가 제1종 통신사업 면허를 취득했으며 올 봄에는 면허취득업체가 30∼4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인터넷접속 서비스사업 참여업체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인터넷접속의 최대 장점은 접속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일반전화회선과 비교하면 2백∼3백배의 고속통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말 도쿄전력, 미쓰비시상사 등이 참가하는 차세대 네트워크연구소가 케이블TV를 이용한 인터넷접속 실험을 실시,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밖에 접속시 전화요금이 들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 이용 인터넷접속 서비스에 이용자가 대거 몰릴지는 의문이다. 우선 이용료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무사시노케이블텔레비의 경우 기업용 LAN형 접속에서는 월 25만5천엔, 4월에 개시될 예정인 개인용 LAN형 접속서비스에서는 월 7천1백엔(1일 10시간 기준)을 서비스 요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전화요금을 물지 않아도 되고 일본전신전화(NTT)가 제공하는 초당 64kb의 종합디지털통신망(ISDN)보다 사용환경은 낫지만 일반 인터넷접속 서비스업자(프로바이더)의 요금보다는 훨씬 비싸다.
운영상의 과제도 있다. 방송 위주의 설비로 통신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잡음해소를 위해 케이블망 개보수 등에 적지 않은 추가투자가 요구된다. 또 까다로운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문기술자도 확보해야 한다.
단말기도 문제다. 도큐케이블텔레비전은 4월 서비스 개시를 예정하고 있지만 구입예정인 미국 휴렛패커드(HP)제 모뎀의 납기지연으로 일정을 늦춰야 할 형편이다.
여기에다 기존 사업자들의 공세까지 가해지고 있다. NTT가 저가의 고속네트워크인 OCN을 이미 제공하기 시작했고 프로바이더들 사이에선 요금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블TV 이용 인터넷접속 서비스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