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을 의료분야에 적용한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움직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일상업무에서부터 환자에 대한 첨단 의료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컴퓨터를 이용,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하자는 것이 시스템 구축 움직임의 주된 목표다.
미국의 의료기관에선 이미 「임상관리시스템」을 통해 의사의 처방을 각 의료분과로 전달, 해당 분과별로 X선 촬영 및 각종 치료활동을 행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유럽의 경우도 최근 들어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 환자의 병력을 관리하면서 그에 따른 치료활동을 행하는 의료 기관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이들 의료기관은 환자별 특성에 따라 필요한 약이 무엇이며 입원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며 특별한 간호활동이 필요한지 등을 결정하는 데 의료정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환자의 병력 등을 고려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으며 중복검진 등의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줄일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는 의료정보시스템을 활용하는 의료기관들이 의료서비스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며 비용절감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BM이 최근 일정 지역 내에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일반 병원은 하루 2백달러인데 비해 의료정보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95달러로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초기 시스템 구축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 2백만파운드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IT제품 공급업체들은 이에 대해 초기 설치비용의 문제는 인터넷이나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을 잘 활용하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며 시스템 설치기관이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관간 의료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환자에 병력에 대한 정보교류나 원격치료 등이 가능해져 의료서비스의 질이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유럽에서 추진중인 레메즈(Remeds) 프로젝트도 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기관간 네트워크를 형성, 지방 개업의사들도 종합병원에 환자의 검진결과에 대한 분석 및 병상배정 등을 요청하거나 특정 분야 전문의와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등의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내용이다.
오스트리아 코린시아지역의 병원들은 이미 이와 유사한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비동기식 전송모드(ATM) 교환기와 컴퓨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이 지역의 5개 병원들은 필요할 때마다 서로 임상자료를 교환, 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고 시간도 단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례로 이 지역의 A병원에 신경외과, B병원엔 내과 전문의가 있어 이들로부터 모두 치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일 경우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두 병원을 왕복하지 않고 어느 한 병원을 정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네트워크는 아니지만 컴퓨터 칩을 사용한 의료카드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 의료카드엔 환자의 병력이 수록돼 있어 환자가 치료받고자 하는 병원에 제출하면 해당 병원의 의사는 카드에 수록된 그간의 치료정보를 파악,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이같은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의료정보시스템 시장이 지난해 80억달러 규모에 달했으며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10%의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