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09)

두 개였다.

꼭지가 두 개이듯이 정점도 두 개였다.

각각의 손가락이 그 정점을 향해 다시 파고들었다.

짧은 리듬 긴 여운의 재즈처럼 그렇게 꼭지를 향해 파고들었다.

임의롭게, 하지만 혜경의 육체와 의식은 긴장되기 시작했다. 젖가슴 두 꼭지의 정점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듯했다. 양분(兩分)이 아니었다. 각각의 꼭지 정점으로 모든 의식과 세포가 모여드는 것이다.

멈춤. 손가락의 움직임이 일단 멈춰졌다. 동시에였다.

닿을 듯, 누를 듯, 돌릴 듯 그렇게 멈춰졌다.

아.

혜경은 다시 짧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 꼭지 정점에서 멈춰선 표피를 통해 혜경의 모든 기(氣)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하체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사타구니가 흥건히 젖어드는 듯했다.

혜경은 이제 자신의 몸이 불덩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붙은 초가지붕과 같은 거대한 불덩이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말갛게 불덩이로 변하던 그 초가집. 혜경은 초가집에 불이나 집 전체가 완전히 타버리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아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기억, 황홀감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던 기억이었다.

혜경은 어린 시절을 유난히 깊고 작은 산골에서 살았다. 대부분의 집이 초가로 된 마을이었다.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위에 황토흙을 이겨 얹고 그 위에 짚으로 된 이엉을 얹어 비바람을 막는 집이었다. 가을이면 동네사람들 전체가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맨땅 마당에 길게 모여 앉아 긴 이엉을 엮었다. 엮은 이엉은 사다리를 통해 지붕 위로 올려져 길게길게 덮여졌다. 덮여진 이엉에 굵은 새끼로 이리저리 얽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했다.

그런 초가지붕에 불이 나면 진화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붕자체가 짚더미로, 불이 붙을 경우 겉잡을 수 없이 타올라 한순간에 집 전체를 불태우고 마는 것이다.

무당의 집이었다. 사당이라고 불렀다.

혜경은 그 사당이 불에 타 완전히 재가 되어버린 것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불장난 때문에 난 불이기에 더욱 그랬다.

혜경의 어렸을 적 고향에서는 가끔씩 굿판이 열렸다.

누가 아프다든지, 미친 사람이 생긴다든지, 나쁜 일이 일어난다든지 할 때 벌이는 굿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