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통상산업부를 비롯 재정경제원,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는 최근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 연쇄부도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납품 및 하도급 업체들의 경영을 안정시키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PC유통업체 부도피해 현황파악과 함께 피해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정부는 우선 부도여파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납품업체 및 하도급 중소업체에 대해 부도업체 발행의 진성어음 및 6백억원에 이르는 외상매출채권에 대한 일반대출을 추진하고 관련업체의 대출금 상환기일을 연장해 줄 방침이다.
또 1조4천억원의 부도방지 경영안정자금을 긴급지원, 운전자금으로 활용토록 하는 한편 컴퓨터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PC 및 소프트웨어 조기구매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정부가 컴퓨터유통업체 부도사태에 관심을 갖고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컴퓨터 유통 및 제조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무리하게 추진되어 온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점포확대 경쟁이나 가격파괴를 자제토록 하고 PC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부도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은 부도피해 현황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잇달아 부도를 낸 한국IPC, 멀티그램,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한국소프트정보통신 등 5개 업체의 부도총액은 모두 5천억원이 넘는다. 이번 부도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는 수백개에 이르고 이로 인해 매출감소와 자금융통 등 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업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중견 PC유통업체들의 부도이후 금융기관은 컴퓨터 관련업체의 연쇄부도를 우려해 자금지원을 꺼리고 있고 이로 인해 용산 전자상가업체들은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가에는 채권단의 담보물건이 덤핑으로 처분되면서 컴퓨터의 가격질서가 흐려지고 있고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대기로 수요까지 감소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시간을 끌다가는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중소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피해업체라고 해서 모두를 무조건적으로 지원해줄 수는 없고 또 지원할 여력도 없다. 자생력이 없는 피해업체까지 모두 지원하기보다는 선별지원이 불가피하다. 적기에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쓰러지는 중소 컴퓨터 유통업체부터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는 이번 지원정책 마련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원방안만 그럴 듯하게 늘어놓아서는 이번 부도사태에 따른 피해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원책 못지않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실천의지다. 이러한 점에서 피해업체의 지원책 마련을 어느 한 부처에만 맡겨 놓아서는 안된다. 이번 부도사태가 컴퓨터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인식해 통상부, 재경원, 정통부, 중소기업청 관계부처가 합심해서 실현가능한 지원책을 수립하고 즉시 실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이번 부도사태의 지원책이 일회성 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파괴 등 컴퓨터 유통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