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기본통신협상 타결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면보다는 불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세계 통신 10대국이라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전통적인 통신 강대국과의 맞대결은 적지않은 난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통신시장 개방이 전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것 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통신협상에 양허계획서를 제출한 나라는 총 67개국. 이들 67개국이 전세계 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 비율이다.
통신시장 개방은 우리 시장만을 상대방에게 열어야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방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상대적인 협정이라는 데 이번 협상타결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양허안 제출 국가중 우리나라가 수년전부터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기본통신 협상 타결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예견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력 통신사업자인 엔텔사를 인수한 칠레나 한국 통신업체들이 이미 국설교환기나 주파수공용통신(TRS)등의 무선통신시스템 공급 경험이 있는 필리핀, 태국등 동남아 국가등에 대한 폭넓은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선통신 분야중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통해 미국이나 개도국 진출을 시도하는 사례도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에게 개방될 국내시장의 경우에도 시장 잠식이라는 부의 효과 못지 않은 긍적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 개방이 단기적으로는 우리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현상을 가져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이 보다 품질좋고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기호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골라서 이용하게 될 것이고 기업의 통신비용 부담도 줄어들어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94년 외국에 완전 개방한 부가통신사업의 경우,당초 외국사업자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국내 사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시장 규모도 2배이상 커지는 등 시장 자체가 크게 활성화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기본통신 시장 개방을 굳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같은 희망적인 관측이 성공하려면 국내외 통신시장의 현황을 적절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 선결되야 한다.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시장 개방이라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채 1년도 남지 않은 기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시장개방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철저히 챙기면서 동시에 외국 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을 최소화시키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