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가장 흥분시키는 소리는 곡조가 없는 타악기 소리라고 했다. 혜경의 몸도 그 소리에 따라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챙챙, 소리가 빨라짐에 따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피가 점점 뜨거워지는 듯했다.
아, 혜경은 다시 한 번 신음소리를 냈다.
톡 솟아오른 젖꼭지 한쪽을 어우르던 손가락이 이제 천천히 스커트 밑으로 파고들었다.
스타킹 밴드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내려가고 내려가는가 싶더니 다시 올라왔다. 새끼손가락이었다.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도 스치듯 장단지를 애무했다.
하나, 둘, 셋, 넷.
쫙 편 손가락 끝이 혜경의 장단지 이곳저곳을 지그시 누르는 듯했다.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챙챙, 솥뚜껑 같은 두 개의 철물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혜경의 심장을 더욱 빠르게 했다. 그 초가 사당의 불처럼 맨홀 속의 불이 말갛게 솟구쳐 올랐다.
던져지듯 놓여진 손가락 하나하나가 서로서로 연동하여 박자를 맞추며 혜경의 사타구니를 유린했다. 긴 여운의 재즈와 챙챙, 울려대는 자바라 소리가 섞여들어 혜경의 두 다리를 휘청거리게 했다.
아, 혜경은 다시 한 번 신음소리를 냈다.
스타킹 밴드 라인에 머무르던 새끼손가락이 천천히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천천히 움직였다.
오르는 듯 내려서고 내려서는 듯 오르며 차츰차츰 사타구니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혜경은 다리를 휘청이며 눈을 감았다.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무당이 꽃술을 들고 광분하듯 초가 사당의 불길 속에서 춤을 추며 챙챙, 바라를 두들겨대고 있었다.
사타구니 부근까지 오른 새끼손가락을 축으로 뼘을 재듯 손가락 전체가 정면 쪽으로 움직였다.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놓여진 것이었다. 이미 질펀해질 대로 질펀해진 굴곡으로 던져지듯 놓여진 손가락. 환철이 혜경에게 처음으로 다가설 때도 그랬다. 움직여 간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그냥 우연처럼 놓여진 것이었다.
혜경은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다리를 휘청였다.
버틸 수 없을 만큼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눈을 떴다.
종각역 부근에서 또 한 개의 불꽃이 솟아올랐다. 불꽃이 열을 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불길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길게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밀착.
그 다음 순서는 밀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