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18)

BEF52CCCC3E8E175AAF37A5B9FF87858 9E2C38EB17F5FE37AA8C1C7B5BEB189F F2EAAAA175EFE37A8E1CE7FF5EDDB958 32개.

은옥은 0에서 15까지 16개의 숫자로 구성된 긴 프레임의 데이터 숫자를 헤아렸다.

32개.

정상적인 텔리메트리는 분명 아니었다.

정상적인 텔리메트리 신호는 20개의 2개 프레임, 즉 40개의 숫자가 나열된다. 부관제소에서 수신된 데이터는 32개. 1호 위성이나 2호 위성에서 보낸 정상적 데이터는 분명 아니었다.

7B5CA8BFBB456EEE2DAD5601004004AB DD9E475610ABEE88B3A738BF456E2DD0 어디서 본 것일까.

데이터를 보면서 은옥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포맷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은옥은 위성을 관리하기 이전부터 전자교환기를 오랫동안 운용했었다. 교환양이 일일이 가입자를 호출해주던 수동교환기를 거쳐 자동교환기가 도입되고, 이어 컴퓨터를 활용한 전자교환기가 도입된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당시 우리나라에는 일반인들은 물론 기관에서 활용하는 컴퓨터도 거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입된 전자교환기는 늘 쓰는 전화를 통해 여러가지 특수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어 이용자들에게 컴퓨터와 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그랬듯이 통신은 정보화를 선두에서 이끌어온 것이다.

대형 컴퓨터를 활용하는 전자교환기에는 일반적으로 쓰는 상용컴퓨터와 다른 언어를 활용한다. 용량이 크고 하드웨어 기능까지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구조가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초창기부터 전자교환기를 운용했던 은옥은 여러가지 포맷의 분석자료들과 접하곤 했었다.

어디서 본 포맷일까?

위성에서 보내지는 텔리메트리는 20개의 숫자를 일일이 다 계산하여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컴퓨터를 활용한 분석프로그램을 운용한다. 그 분석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즉각 운용자가 확인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32개의 숫자.

기본적인 포맷이 다르다. 분석프로그램에 입력시켜보았자 에러만 출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