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제품 부품보유기간 단축 추진 주장

전자제품의 애프터 서비스용 부품 보유연한과 무상 수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전자제품을 생산, 출고한 시점을 기준으로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부품 보유연한」은 컬러TV를 비롯한 VCR, 오디오, 냉장고,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8년, VCR는 7년,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은 6년이다. 그런데 한국전력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컬러TV는 4.6년, VCR 4.3년, 냉장고 4.2년, 전자레인지는 4.1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업체들은 이같은 통계를 근거로 소비자들의 사용시기가 넘어서까지 가전제품 부품을 애프터서비스용으로 수년씩 더 보유해야 하게 되어 있다며 이로인해 중소기업은 큰 부담을 지고있으며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부품 보유기한을 제품에 따라 2∼4년을 줄여주도록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전제품에 대한 부품보유기한을 소비자보호법상 의무화한 것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것이나 그것이 현실에 맞지않아 가전업체들의 경영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면 이를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비과학적인 판단에 의해 필요없는 시기까지 부품을 보유토록 하는 것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전자업계는 고임금, 고금리, 고물류비 등 생산비용이 증가해 경쟁국인 일본보다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데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의 추격을 받아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부품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도 생산비의 하나인 물류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돼 경쟁력 강화측면에서 이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있다.

가전업계의 이같은 주장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그 근거가 되는 한전의 조사내용이 얼마나 객관적인지 여부가 검증되어야함은 물론이다.우선 이같은 한전조사가 소비자편인 소비자보호단체 같은데서 조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들어 가전제품의 대형화, 고급화로 가격이 높아져 대형 냉장고의 경우 그가격이 1백만원에 육박하며 대형 컬러TVTV는 1백만원을 훨씬 웃돈다. 그러한 가전제품을 평균 4년남짓 사용하고 버린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가전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매년 단축되고 있어 부품보유 기한을 줄여야 한다는 단순 논리만으로 이를 실천으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는 것은 기술 발전에 의해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이나 모델이 탄생하는데 따른 것으로 생산자 측면에서 보는 제품의 수명주기이지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나 제품보유기한과는 다르다. 물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신모델이 자주나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소비자들은 유행을 좇아 제품을 더 빨리 바꾸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꼭 직접적인 함수관계를 갖는다고는 볼 수 없다.

그같은 점은 차치하고라도 국산 전자제품이 외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싸게 판매하는 일 못지않게 애프터서비스를 잘하는 일이다. 일본업체들이 한국 진출계획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도 국내 가전업체들의 잘 갖추어진 대리점망과 애프터서비스망으로 안해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전자제품 법정 부품보유기한 축소로 소비자들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사용하던 가전제품을 버려야 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장기적으로 볼때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중요한 장점 하나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전자업체들은 일단은 법으로 정한 부품 보유기한은 최소한의 규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사제품의 애프터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면서 부담을 줄일수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부품의 표준화, 공용화를 통한 사용수명의 연장도 그 한 방안일 수 있으며 쓸데없이 모델 수를 늘려 비용을 높이는 관습에서 탈피하는 것도 한 방안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