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27)

불꽃.

보라, 저 불꽃은 선이다.

선(善).

조로아스터는 불을 사랑한다.

조로아스터는 불을 좋아하며, 불은 바로 선이다.

조로아스터의 덕(德)이다. 덕으로서 불을 원할 뿐이다.

조로아스터는 불을 신의 율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편법으로서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 덕은, 우리를 피안이나 낙원으로 인도하는 도표가 되기를 거부한다.

조로아스터가 사랑하는 것은 지상적인 덕이다. 그 속에 지혜는 거의 없으며, 모든 사람의 이성도 극히 미소한 것이다.

사내는 소리를 들었다.

독수리가 외치는 소리였다.

맨홀 속에서 솟구치는 불길과 검은 연기로 뒤덮인 하늘을 날아다니는 독수리와, 그 독수리의 목에 매달려 있는 뱀이 외치는 소리였다.

일찍이 그대들은 정열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대들은 그것을 악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제 그대들은 그대의 덕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며, 그 덕은 그대의 정열로부터 자라난 것이다.

그대들은 이러한 정열에 그대들 최고의 목표를 두었다. 그래서 정열은 그대의 덕과 환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설령 그대들이 광포한 자의 혈통을, 호색가의 혈통을, 또는 광신자의 혈통을, 혹은 복수심에 불타는 자들의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할지라도 상관없다. 그대들의 모든 정열은 결국 덕으로 변했으며, 모든 악마적인 요소는 천사와 같은 마음으로 변했다.

형제들이여, 만일 그대들이 하나의 덕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그대들 자신의 덕이라면, 그대들은 그 덕을 누구하고도 공유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대들은 그 덕에 이름을 붙여 부르며, 또 그 덕을 애무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 덕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그대들의 덕과 즐기기를 좋아한다.

보라! 이제 그대들은 그 덕의 이름을 민중과 공유하고 있으며, 그 덕으로 인해 군중이 되고 짐승의 무리가 되고 있다.

그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라.

『내 영혼의 괴로움이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하며, 또한 내 뱃속의 굶주림이기도 한 나의 덕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이름지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대들의 덕은 그 이름보다도 몇 갑절 높은 것이라야 한다. 그리고 그대들이 그 덕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경우, 더듬거리며 말하는 것을 결코 부끄럽게 생각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