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및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발전 속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빠르다. 특히 PC의 경우 최신기술을 채택한 제품을 구매했다 하더라도 6개월만 지나면 구형제품이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PC의 기술개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 앞으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올들어서 멀티미디어기능을 강력히 지원하는 MMX칩을 채용한 PC가 대거 등장하고 있으며 제품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ATX보드, 그리고 차세대 표준규격으로 주목받는 USB규격 등 신기술을 채택한 PC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신기술을 채용한 신제품의 잇단 등장은 기존 구형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보다 더욱 강력하고 멀티미디어기능을 보다 많이 채용한 신제품을 조금만 기다리면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지 않은 PC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PC메이커들은 이미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신제품의 등장으로 갖게 될 박탈감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자사의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소비자보호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로 지적된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업체들이 신제품을 팔기에 앞서 과거의 구모델에 대해 할인판매를 실시할 경우 할인판매행사가 있기 직전에 제품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별도의 보상을 해준다거나 아니면 언제부터 할인판매를 실시하려 하니 PC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은 이 기간을 이용하라는 할인판매 예고제와 같은 방법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좋은 방법은 PC의 라이프 사이클이 빠른 점을 고려해 PC메이커들이 향후 1,2년 안에 실현가능한 기술들을 현재 팔고 있는 제품에 먼저 채택하는 것이다. 실례로 현재 새로운 주변기기 접속규격으로 각광받고 있는 USB규격의 경우 이를 채용한 주변기기들이 최근들어 많이 등장하고 있고 향후 1,2년 안에 이 규격은 보편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현재 출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PC에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단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PC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곧 출시될 USB규격을 채택한 새로운 PC를 구매하라는 간접적인 강요에 라고해도 할 말이 없다.
따라서 PC메이커들은 이제부터라도 구매자 보호차원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가능한 기술은 이를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라이프 사이클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오늘날 PC메이커는 이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같은 방법은 메이커쪽에서 보면 제품원가가 오르고 또 소비자들이 2대 살 것을 1대만으로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매출확대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같은 방법이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으며 또 대기수요를 실수요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이점도 함께 갖고 있다.
최근 PC메이커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진실로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소비자들은 지금 제품을 구매해도 손해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이는 바로 실수요로 연결돼 불황을 타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PC메이커들이 견지해 온 개발자 위주의 편의주의적인 판매전략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어려운 때일수록 구매 주체인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임시방편적인 단기성 판매전략보다는 신제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나가는 PC메이커들의 현명한 지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