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37)

뱀.

뱀은 독수리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맨홀에서 솟구치는 불길 한가운데를 빠르게 스치는 독수리의 목에 감긴 채 뱀은 비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뱀과 독수리. 유보된 적대 관계를 감지하고 고통을 감추는 자들의 과장된 애정의 표시였다.

뱀이 사내를 바라다보았다.

조로아스터는 인간에게 자기가 취할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주었다. 따라서 옳은 것과 그릇된 것을 가려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조로아스터는 선한 영의 힘으로써 언제나 의로운 것을 추구하고 또한 의로운 것을 권장하지만, 악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닐까에 대한 최종 선택권을 인간에게 주었다. 인간의 의지에 대한 선택권을 인간 스스로에게 준 것이다.

사내는 들어갈 구멍, 숨을 구멍을 찾기 위해 늘 혀를 날름거리는 뱀에게 외쳤다.

『뱀이여, 지팡이에서 늘 조로아스터와 함께 하던 뱀이여,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란 말인가?』

뱀이 다시 사내를 바라다보았다.

가타(조로아스터의 송가)는 옳고 그름 사이의 실천적인 차이를 지적해 주고 있다. 조로아스터에게 선한 사람이란 진실한 종교를 받아들이는 이들이고 악한 사람이란 그것을 거절하는 이들이다.

특히 데바를 예배하는 옛 종교를 버리지 않는 이들은 악한 사람이다. 데바는 분명히 앙그라 마이니우, 즉 악령과 결탁되어 있다. 따라서 데바를 따르는 것은 곧 악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것이다.

가타를 통해 조로아스터는 신자들에게 노래하게 했다.

나쁜 사람을 돕고, 항상 그들에게 호의와 선물을 베푸는 것은 악이다.

선한 사람은 땅을 일궈 곡식과 과일을 기른다. 잡초를 뽑아 황무지를 개간하고 마른 땅에 물을 대며, 동물 특히 농부들을 위해 일하는 소를 따듯하게 대한다.

사내는 외쳤다.

『하지만 뱀이여,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인간의 마음속에서 이는 생각의 한쪽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가혹한 것이 아닌가? 인간 개개인이 자기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마음 중 한 쪽을 택해야만 하는 것은 비극이 아닌가?』

비극.

사내에게는 그렇게 인식되었다.

사내에게는 선과 악 모두 인간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