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43)

갈라짐의 다리.

사내는 독수리에게 물었다.

『독수리여, 그렇다면 그 갈라짐의 다리 위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가? 의로운 영혼과 사악한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독수리가 대답했다.

의로운 영혼은 아름다운 소녀와 만나게 되지만 사악한 영혼은 추한 노파와 맞닥뜨리게 된다.

의로운 영혼이 친바트 다리에서 첫발을 딛으면 낙원으로부터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냄새는 세상의 어느 것과도 비할 데 없이 좋은 향기이다. 다리 중간에 이르면 세상에서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움 여자가 나타난다. 의로운 영혼은 그 여자에게 묻게 된다.

「내가 일찍이 본 적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러면 그 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당신 자신이 하셨던 선행입니다. 저도 본래 착했지만 당신의 행실이 저를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이어 그녀가 의로운 영혼을 안게 되고, 둘은 지극히 좋은 걸음을 옮겨 쉽사리 낙원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사악한 영혼은 의로운 영혼과 다르다.

사악한 영혼이 갈라짐의 다리, 즉 친바트 다리에 첫발을 딛으면 금방 지옥으로부터 악취 나는 바람이 몰아쳐 온다. 세상에서 맡아 본 적 없는 지독한 악취이다. 이 세상에 그 보다 더 심한 냄새는 없다. 이것은 영혼에 대한 형벌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것이다.

사악한 영혼이 다리 중간에 이르면 지독히도 추하고 두려운 형상이 나타난다. 그보다 더 추하고 흉한 것은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악한 영혼이 두려움에 떨게 될 때 그 유령은 다가와서 말한다.

「어디로 도망치려 하느냐?」

그러면 사악한 영혼은 이렇게 묻게 된다.

「세상에서 본 일이 없는 추하고 무시무시한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그러면 그 흉측한 노파가 대답한다.

「나는 네가 스스로 저지른 악행이다. 나도 원래부터 추하기는 했다. 그러나 네가 매일 나를 더욱 추하게 만들더구나. 그래서 이제 너는 나와 네 자신을 이렇게 비참한 파멸로 몰고 온 거야. 우리는 지금부터 부활의 날까지 형벌을 받으며 지내게 될 것이다.」

이어, 노파가 사악한 영혼을 안게 되면 둘 다 친바트 다리에서 떨어져 지옥에 거꾸로 처박히게 된다.

맨홀 속에서 솟구치는 불꽃은 여전했다.

사내는 부는 바람으로 날개 깃을 휘날리는 독수리에게 다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