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44)

『독수리여, 천국은 똑같은 천국인가? 지옥은 똑같은 지옥인가?』

독수리가 사내에게 말했다.

지옥에는 여러가지 등급이 있다. 그중 가장 낮은 것은 땅속 한가운데에 있다. 거기에는 손에 잡힐 만큼 짙은 어두움이 깔려 있고, 도저히 배겨내지 못할 심한 악취로 가득 차 있다.

천국도 여러가지가 있다. 선한 생각과 선한 말, 선한 행실에 보답하는 천국이 각각 달과 별, 태양에 위치한다. 이곳을 차례를 타고 올라가면 마지막엔 가장 높은 천국 가로트만에 이른다.

그곳에서는 가장 선한 생각과 선행을 한 영혼들이 살아간다. 최후의 날이 도래하여 모든 영혼이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될 때까지 세상에서 비할 데 없는 영락을 누릴 수 있다.

사내는 독수리를 향해 다시 물었다.

『독수리여, 신자들에게, 다만 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과 악, 둘 다를 만들어 놓고 선택의 여지를 준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독수리여, 선과 악을 관장하는 신과 악마에 대하여 이야기해 다오.』

독수리가 대답했다.

태초부터 아후라 마즈다는 악의 신 앙그라 마이니우와 대립하는 존재로뿐만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 간주되었다. 조로아스터는 천상에서 아후라 마즈다를 만났을 때 세상을 창조하면서 아후라 마즈다가 앙그라 마이니우와 싸웠던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곤 했다. 아후라 마즈다가 세상을 만들 때 이미 악의 신 앙그라 마이니우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후라 마즈다는 자신이 세상의 여러 지역을 창조했고, 거기에 아주 좋은 여건을 부여했다. 그러나 앙그라 마이니우는 한편에서 모든 선한 것에 대해 악한 것을 하나씩 만들어 냈다. 겨울의 혹한, 여름의 혹서, 뱀, 메뚜기, 개미, 사악한 부자, 못된 주술사, 지주, 인간의 약한 마음, 욕심, 마법사, 의심, 불신 등이 그것이다. 시체를 매장한다거나 짐승고기로 요리한다거나 하는 등 조로아스터가 특히 혐오했던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들도 앙그라 마이니우는 거침없이 했다.

앙그라 마이니우가 재앙을 일으키는 능력은 사실상 끝이 없다. 앙그라 마이니우는 질병을 99,999가지나 만들었다. 이 숫자는 당시 사람들에 있어서는 거의 무한대와도 같이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앙그라 마이니우가 죽음을 관장한다는 사실이다.

죽음.

신자들에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