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 경쟁력 강화 "발등의 불"

가전3사의 지난해 5대 가전제품 내수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데 이어 1.4분기 판매량도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어 가전제품의 판매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다.

가전제품의 이같은 내수판매 부진을 전반적인 국내 경기침체의 결과로 볼수도 있겠지만 이들 가전업체가 불황탈출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일부 외국산 가전제품이 국내시장에서 저가로 잘 팔리고 있어 국내 가전사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가전제품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가전제품이 자동차처럼 해당 생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산 가전제품이 안 팔릴 경우 그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산 가전제품의 판매부진은 예사로 보아넘길 사안이 아님에 틀림없다.

이번 가전제품의 판매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전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내수 침체국면을 탈출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기울였으나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그것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또한 가전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내수가 침체됐으나 그 원인을 일시적인 경기부진 탓으로 돌리고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불황이 장기화되고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이제서야 판촉을 강화하고 불황을 타개하려는 제품을 기획하는 정도다.

지난해부터 가전업체들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수요층들을 대상으로 한 초대형 냉장고나 유럽형의 드럼식 세탁기 등을 발표, 일시적인 불황 타개책 등을 마련한 바는 있다.

그러나 이젠 불경기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일본, 유럽 등 가전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력운용에서부터 상품개발, 생산, 마케팅,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생산활동 부문을 재검토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하겠다.

물론 우리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도입한 리스트럭처링, 리엔지니어링 등의 경영혁신 방안을 도입, 적용함으로써 적지 않은 기업체들이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경쟁에서 시작돼 자기나라의 단점을 개선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했던 그러한 경영혁신 방안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며 특히 각론 부분에서는 시행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이제 가전업체들은 혁신적인 생각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까 연구개발 투자를 억제하는 것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번 불경기를 계기로 제품개발의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모델을 만드는 것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점은 있으나 결국 가전업체들의 생산비용을 높임으로써 소비자들의 부담도 늘어난다. 모델을 단순화해 생산원가를 대폭 절감해 근본적인 가격경쟁력을 배양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국내에 대량으로 도입되고 있는 일본업체의 미국산 대형 컬러TV가 잘 팔리는 것도 그것이 일본의 유명업체가 만든 제품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가격이 싼 것이 주요인이다. 이미 일본업체들의 컬러TV는 초대형 제품의 경우 일부 상가에서 오래 전부터 팔아왔는데 그것이 잘 팔리지 않았던 것은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일본산뿐 아니라 유럽산 제품들도 국내에 대거 유입되고 있어 국산제품도 가격이 높으면 내수시장에서 발을 붙이기 어렵게 돼가고 있다. 특히 외국산 제품들은 창고형 염가형 매장을 통해 판매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리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유통구조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겠다. 가전업계는 가전제품 판매부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이번을 계기로 품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생산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