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육성 급하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안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 중소기업이다. 1945년 이후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온 대기업중심의 산업화전략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였고 그 결과로 산업조직상의 심각한 불균형을 낳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정부가 여러 가지 중소기업 진흥대책을 강구한 결과로 전체 생산이나 고용면에서 중소기업의 비율이 약간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후발개도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하여 기술력에서 극도의 취약성을 가진 기존의 중소기업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기술지원을 통하여 이러한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은 기술집약형 중소기업들이 태동하고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혁신적 자본제나 부품지원없이 완제품을 조립하는 대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게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산부의 공업기반기술개발 프로그램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하고도 아직도 대일무역역조가 좁혀지지 않고 더 확대되고 있는 것은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의 뒷받침이 약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가진 가장 중요한 강점은 소규모에서 오는 조직의 유연성이다. 기술이 별로 변하지 않는 성숙산업에서는 중소기업의 조직유연성은 별로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 그러나 기술이 급변하는 태동기 산업이나 성장산업에서는 혁신적 자본제나 부품을 공급하는데 있어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만큼 효과적인 기업이 없다. 미국에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이나 스위스의 기술집약적 기계공업에서 볼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일본의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바로 이러한 장점을 살린 소규모기업들이다. 기술이 빨리 변하는 이러한 산업에서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조속히 감지하고 그 문제를 창의적 기술로 해결해 내는데 있어서는 중소기업형태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내에서도 새로운 기술분야로의 진출에 있어서는 대기업내에 중소기업형 조직을 만들어 신제품개발을 추진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선진국의 연구를 보면 이러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은 대개 연구집약적 이공계대학 인근지역에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구집약적 이공계대학 근처에는 대개 정부의 연구소와 대기업의 첨단연구소가 집결되기 마련이며 이러한 기관에서 연구에 종사하던 과학자나 공학자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업화하기 위해 창업하는 데에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소수의 이러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 성공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많은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가 집결해 있는 대덕단지나 서울대학교가 위치한 관악산 부근, 중요한 연구소와 많은 대학이 집결되어 있는 홍능지역과 신촌지역에 아직 이러한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 별로 없는 것은 우리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회생의 방편으로 기술집약 중소기업의 창업을 활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의 기술집약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한도의 예외로 인정하기로 하였다. 이와함께 창업초기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술집약중소기업 전용 창업단지를 조성하고 신기술금융회사에 대해 운영자금의 일정률 이상을 반드시 기술집약중소기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기술집약중소기업 창업에 있어서 금융측면을 개선하는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측면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집약적 대학육성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金 仁 秀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