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TV방송시대가 열린다

최근 미국은 정부와 업계가 디지털TV방송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美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디지털TV방송을 98년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방송업계와 가전 및 정보통신업체들이 앞으로 2,3년내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디지털 방송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FCC의 이번 결정은 지난 10년동안 미국 주요 가전 및 방송 관련업체들이 개발해 표준을 확정한 디지털방식의 고선명(HD)TV 방송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FCC가 디지털TV방송을 조기에 실시하려는 진의는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디지털기술을 주축으로 미국 방송산업을 포함한 정보통신산업의 전반적인 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방송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미국이 지금까지의 아날로그 방송시대에서 유럽 및 일본에 밀렸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전략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관련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CC의 방침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방송업체들에 7백억달러 상당의 주파수를 매각하지 않고 무료로 할당하기로 한 점이다. 이는 일 부 전문가들이 금세기 최대의 특혜로 지칭할 만큼 파격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고무된 1천5백여개에 달하는 미국 TV방송사들은 디지털방식의 송출준비작업에 들어가 내년말부터 시작, 오는 2006년까지는 모든 방송 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미국 방송업계는 전환기간 동안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는 지난 50년대 흑백방송시대에서 컬러방송시대로 접어든 이후 TV방송사상 최대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정보통신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주 미국 라스 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방송협회 연차총회에는 방송 관련업체들뿐 아니라 컴퓨터업체들도 대거 참가해 디지털TV와 PC를 결합하는 기술표준을 제창했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컴퓨터업체들은 디지털TV산업 분야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띠는 업체는 마이크로 소프(MS),인텔 및 컴팩 컴퓨터사이다. 이들은 디지털TV­PC결합제품을 공동개발해 이를 표준화하려 하고 있다. 특히 MS는 최근 웹TV용 세트톱박스 기술 개발 및 서비스업체인 웹TV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TV와 PC의 결합이 진전되고 있는 추세에서 미국 주요 컴퓨터업체들의 이같은 행보는 선도적 위치에 있는 디지털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방식의 TV기술 및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관련업계와 정부는 미국 TV방송 및 정보통신업계의 동향 을 주시하면서 미국 방송산업의 디지털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우선 디지털TV뿐 아니라 그 관련기술의 확보 및 개발을 서둘러 일본 등의 경쟁업체들에 대해 선제공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 조성될 미국 디지털TV 수상기시장은 앞으로 10년동안 2억3천만대규모가 될 것이며 금액으로는 4천6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의 소비자들도 디지털TV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디지털TV 수상기가 출시되면 즉시 구입하겠다고 대답했으며 86%는 디지털TV방송이 시작된 후 2년 안에 수상기를 교체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내관련업계와 정부는 국내 TV방송의 디지털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당초 2000∼2005년으로 예정했던 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화 개시시기를 2000년 이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지상파 디지털방송 추진협의회」가 산.학.연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번에 발족된 협의회에서는 올해 말까지 국내 표준방식을 결정하고 전환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의회는 급진전되고 있는 TV방송 디지털화의 세계적 추세에 적극 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