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LL 주파수 할당 "논란"

이동전화사업자들간의 전유물이었던 주파수 쟁탈전이 양대 기본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과 데이콤 간에 치열하게 전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3대역의 무선가입자회선(WLL:Wireless Local Loop)용 주파수가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벌이고 있는 주파수전쟁의 진원지.

양사의 주파수 쟁탈전은 특히 제2시내전화사업자 선정문제와 연계돼 한층 복잡한 논리게임의 양상을 띠고 있어 흥미를 더해 주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2.3GHz대역에서 30폭이 할당돼 있는 WLL주파수 가운데 시내전화사업자에게는 10, 시외전화사업자에게는 5의 주파수를 할당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시내전화사업자인 한국통신과 시외전화사업자인 데이콤이 각각 10, 5폭의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이같은 원칙이 상반기중 허가될 제2시내전화사업자와 제3시외전화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느냐는 문제다.

정통부는 이와 관련, 총30폭 가운데 한국통신과 데이콤에 할당한 15를 제외한 나머지 15로 제2시내전화사업자에게 10, 제3시외전화사업자에게 5를 할당한다는 잠정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2시내전화사업자로 데이콤 컨소시엄이 유력해지고 있는 데서 불거지고 있다.

데이콤이 대주주인 회사가 제2시내전화사업자가 돼 10의 WLL 주파수를 할당받을 경우 데이콤은 결국 15를 차지하게 되며 한국통신이 이에 반발할 것은 뻔한 이치다.

한국통신측은 『정통부의 원칙대로라면 시내전화와 시외전화사업을 겸하고 있는 한국통신에게도 15를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이같은 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데이콤 컨소시엄이 시내전화사업권을 딸 경우 10가 아니라 5만을 추가로 할당해 데이콤 및 데이콤 관련사가 통틀어 10만 사용토록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데이콤과 제2시내전화사업자가 별도법인이라는 점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국통신에게 15를 할당할 경우 제3시외전화사업자에게 할당할 주파수가 없어지게 된다.

문제가 이처럼 꼬인 것은 무엇보다 정통부가 주파수 배정의 원칙을 「시내전화」, 「시외전화」라는 역무 구분에 의해 설정한 데서 비롯되지만 그렇다고 이를 명쾌하게 처리할 별다른 묘안도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시외전화사업자에게 가입자회선용 주파수가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통부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데이콤은 한국통신 시내교환국과 자사의 시외교환국을 직접 연결하기 위한 용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데이콤측은 『그동안 시외전화사업을 수행하면서 한국통신 시내교환국, 한국통신 시외교환국, 데이콤 시외교환국 등 여러 단계의 경로를 거쳐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 불편은 데이콤이 시내전화사업을 하게 될 경우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데이콤의 시외전화사업용으로는 별도의 주파수가 필요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언뜻 사소하게도 보이는 이같은 논쟁의 근원은 과거와 달리 주파수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할당된 WLL주파수도 원래는 유선으로 가입자선로를 구성하기 어려운 섬지역에 전화를 보급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던 것이지만 2GHz대역이 무선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황금주파수대로 각광받으면서 쟁탈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 대역의 주파수 10는 무선멀티미디어 기술개발에 따라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산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하고 이같은 황금주파수를 할당하는 데 있어 정통부가 명확한 원칙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