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국제정치계에 부는 인터넷 외교 바람

인터넷 활용의 범위가 국제화되어가고 있다. 인트라넷같이 인터넷의 경제적 효용을 확대해가는 경향이 대세를 이루어가고 있는 한편 인도적이고 정치적인 쓰임새로까지 확대되면서 이른바 「전자외교」가 실현되고 있다.

즉 인터넷을 통해 인도적인 원조, 분쟁지역에 대한 공적, 사적인 지원이나 억압적 상황에 있는 민족의 저항이 표출되는 것은 인터넷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평화위원회의 대표인 리처드 솔로몬은 『인터넷이 국제적인 문제에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전자외교가 국민의 힘을 약화시키고 분쟁지역에서의 평화적인 변화를 촉진시키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분쟁지역의 하나인 유고슬라비아는 인터넷 정치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세르비아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반대하는 반정부그룹은 지난해 11월 수도 벨그라드에 B92라는 라디오국을 만드는 한편, 인터넷의 월드와이드웹에 사이트를 개설, 전세계를 상대로 자신들의 투쟁상황을 매일 전달하고 있다. 「프로테스트(protest)」로 불리는 이 벨그라드 사이트는 국제정치에서의 정보기술의 힘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솔로몬 대표와 일부 전문가들은 1960년대의 키신저가 이루어낸 정부간 대면외교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일대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루이스브란스콤 하바드대 교수는 『우리는 아직 협상하는 국가들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그런 방식으로 존재할 것이라 생각해선 안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인터넷이 실제로 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촉진시키는 역할이며, 인터넷은 다른 매체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도구가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비아의 예에서 보듯 인터넷은 정부의 개입없이도 국제적인 이해관계에개입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주었다. 전직 공군조종사 출신인 에드 마레크씨는 「자이레와치(ZaireWatch)」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지난 8월부터 자이레 내전에 대한 자료와 의견을 모아 공개하고 있다.

현재 2만명 이상의 인터넷광들이 세계 각국에서 이 사이트를 방문했다. 마레크씨는 이것이야말로 인터넷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 한 대의 퍼스널 컴퓨터를 가지고 자신의 집에서 세계를 상대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변화라는 것이다.

유엔 국제지원국은 「릴리프웹(reliefweb)」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정치적인 위기상황이나 천재지변에 대한 국제적인 원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렇듯 비정부조직들은 위기상황에 대해 정보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터득한 것이다.

체스터 크로커 조지타운대 교수는 『정부, 군, 비정부조직이나 미디어 등 모든 조직이 새로운 전자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익의 관점에서만 테크놀러지를 판단하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열린사회로의 지향을 가능케하는 또다른 이익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기술에 있어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억압받는 사회에서조차 퍼스널컴퓨터와 인터넷은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현실을 어느정도는 개선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중국정부처럼 인터넷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라도 자유로운 정보교환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솔로몬 대표는 『중국,베트남이나 북한 같은 국가들은 인터넷을 자신들이 제어할 수 있기를 원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국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게이츠도 지난 2월 세계경제 포럼에서 인터넷내용규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비록 역효과가 있다해도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폭넓은 참가없이는 한 국가가 세계경제에 참가하는 건 어렵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빌게이츠의 의견에 공감을 보였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매체로서의 인터넷의 성장은 인터넷의 주요기능의 하나로 자리잡아갈 것같다.

<시카고=이정태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