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의 두뇌중 어느쪽이 더 우세한가. 인간이 만들어 내는 컴퓨터의 성능이 갈수록 강력해져 인간의 최대능력까지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시험해 볼수 있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IBM이 개발한 서양장기 컴퓨터인 「딥 블루」와 세계 체스 챔피언인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와 벌어지는 세기의 대결이 그것.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의 이퀴터블센터에서 벌어져 오는 11일까지 진행되는 이 게임은 모두 6게임이 치뤄지는데 현재까지 전적은 나란히 1승1패.
지난해 개막게임에서는 딥블루가 이긴 반면 올해는 카스파로프가 먼저 1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2월 필라델피아에서 벌어진 첫대결에서는 총 1승2무3패로 인간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컴퓨터의 대명사인 IBM의 슈퍼컴퓨터와 인간의 두뇌대결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전세계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 이때의 첫게임에서 딥블루가 이기자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IBM의 딥블루는 아직까지 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도전한다는 취지아래 컴퓨터 성능을 극대화시켜 개발된 병렬 슈퍼컴퓨터로 체스게임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 규칙은 단순하다는 점에서 채택됐다. 슈퍼컴퓨터인 RS/6000 SP상에서 작동되는 딥블루는 지난해 게임이후 계산 및 사고기능이 향상됐고 대응력이 유연해졌으며 첫대국때보다 체스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갖추었다는 게 IBM의 설명이다.
딥블루는 RS/6000 SP의 일반적인 슈퍼컴퓨팅 기술에 특수목적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만들었으며 2억번의 이동과 5백억가지의 위치를 검토할 수 있다.
한편 올해 34세의 나이로 뛰어난 통찰력을 앞세워 12년 연속 세계 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는 카스파로프는 지난해 대결이후 14개월동안 딥블루와 다른 컴퓨터 프로그램을 집중 연구분석,재대결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카스파로프는 『어떤 점에서 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이 게임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이 컴퓨터를 만들어 낸 과학자들과 대결을 벌이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해 인간의 이성에 대한 컴퓨터의 도전을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6일과 7,10,11일에 계속되는 일정에서 양측의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가 더해진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