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이버 대학

成琦秀

가상대학(Virtual University), 사이버 대학, 글로벌 캠퍼스 등 생소한 말들이 나돌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 장차 대학을 이런 모습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디지털 혁명은 금속활자 인쇄술로 인한 첫번째 미디어 혁명이 지난 몇 세기 동안 인류문명에 끼친 것(종교개혁 문예부흥 산업혁명)보다 광범하고도 급격한 변화를 앞으로 몇 세기가 아나라 몇 십년 안에 갖고 올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디지털 혁명은 대학 기업 정부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정보의 수송(DC), 보관(DB), 가공(DP) 시설에 투자속도에 관계없이 항상 체증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신사회간접자본(신SOC)이라 불리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의 규모와 속도가 그 사회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지금 선진국들간에 신SOC에 대한 투자경쟁이 일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식의 보존과 창조에서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 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풍부한 자료와 효율적인 컴퓨터통신 환경을 갖춘 전자도서관과 우수한 CBE(Computer Based Education)교과목은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서 세계를 무대로 비상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과 교수들은 설 땅이 좁아질 것이 자명하다.

사이버 대학의 조기 실현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 첫째는 인터넷의 고속화이다. 한국 대학들의 인터넷 접속속도를 보면 선진국 수준인 T3급(4천5백만Bit/초, 초당 약 5백만자)으로 앞서 가는 대학도 있으나 T1급(1백50만Bit/초)이하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개인고유번호(ID)를 전교생에게 발급한 대학은 3곳(2%)밖에 없다. 이것은 21세기를 떠맡을 대학생들의 인터넷 문맹율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폭발적인 인터넷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매년 회선속도를 수십배로 높여나기기 위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외부의 전자도서관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통신비용은 물론 효율성과 독창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가지 요소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데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전자도서관이 대학캠퍼스 안에 있어야 통신비용의 문제도 풀린다. 그리고 대학의 차별화,전문화에 부응하여 적어도 한개 학과, 한개 분야만은 제대로 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전자도서관은 대학내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인터넷 사용자가 동시에 열람할 수 있어 사이버 대학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대학이 특성화 분야만은 최고 수준의 데이터 창고(Data Warehouse)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창고의 관리와 사이버 공간을 타고 몰려오는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들의 교통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서버로 고성능 컴퓨터(수퍼컴퓨터)가 필요하다. 그동안 계산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수퍼컴을 데이터 검색용으로 쓰는 시도가 세계 여러곳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수퍼컴이 대학에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계산력 순으로 세계의 대학을 일열로 세울 때 1,2등이 일본에 있고 상위 랭킹은 미국, 일본이 거의 휩쓸고 있다. 한국 1위인 한 지방사립대가 세계40위 한국 2위인 한 국립대가 세계1백50위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전체의 수퍼컴 파워가 96년 기준으로 일본의 40분의 1, 미국의 1백분의 1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보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과학기술처, 교육부,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에서 각기 한개 대학의 수퍼컴을 지역공동센터 형식으로 지원하고 통상산업부와 정보통신부는 각기 국산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는 정부가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학의 신SOC구축을 지원하여 대학의 시설과 인력을 통해서 간접으로 기업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산학관혁렵체제는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좋은 사례이다.

<동명정보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