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 통신산업계는 대변혁기에 들어서 있다. 지난 십수년간 지속돼온 일본전신전화(NTT)의 경영형태 논의가 지난해 12월 분리, 분할 쪽으로 최종 결정된 것을 계기로 신규통신사업자간 대형 합병, 제휴가 잇따르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변혁의 신호탄은 지난 3월 장거리통신사업자인 일본텔레컴(JR계열)과 국제통신사업자인 일본국제통신(ITJ)의 합병. 역사적인 양사의 합병으로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국제통신 양분야를 모두 갖는 사업자가 탄생했다.
그 배경으로는 분할되는 NTT가 장거리뿐 아니라 국제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된 점을 비롯, 공중망-전용망-공중망(公-專-公) 접속사업의 해금으로 非통신업체들도 통신사업 진출이 가능하게 된 점, 미국 AT&T 등 외국업체들이 저가의 콜백서비스로 일본에 잇따라 상륙하고 있다는 점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변혁의 바람은 곧바로 이동통신분야로 옮겨져 같은달 휴대전화사업자인 셀룰러그룹(교세라 산하의 DDI계열)과 도요타자동차 계열의 휴대전화사업자인 일본이동통신망(IDO)간 차세대 휴대전화에서의 전면 제휴로 가시화됐다. 이들 제휴는 역시 압도적인 자금력과 브랜드로 시장을 확장해 가고 있는 NTT이동통신망(NTT도코모)에 대항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셀룰러와 IDO의 제휴는 그 배후인 교세라와 도요타계열의 장거리나 국제통신사업자간의 제휴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통신업계의 대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통신업계는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재편될까. 이와 관련, 일본의 경제주간지 「東洋經濟」는 최근호에서 장거리전화사업자 DDI(교세라계)와 국제전신전화(KDD)를 태풍의 눈으로 지적하며, 이를 양축으로 하는 업체들의 이합집산을 예상하고 있다.
우선 DDI가 주목되는 것은 장거리와 국제통신간 영역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그나마 장거리사업자 가운데 NTT에 대항할 수 있는 곳은 장거리전화 2위인 DDI 말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세대 휴대전화사업에서 이미 교세라와 도요타가 손을 잡았기 때문에 DDI와 도요타계열의 일본고속통신(텔레웨이)이 反NTT를 기치로 내걸고 손잡을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 이들의 제휴에는 국제통신 신규사업자인 도요타계열의 국제디지털통신(IDC)은 자연히 가담하게 된다.
이 결과로 장거리와 국제통신을 통합하는 DDI-텔레웨이-IDC연합이 탄생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DDI의 한 관계자는 『어디와 손잡을지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올 가을이나 연말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DDI를 중심으로 하는 연합체의 탄생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하나의 가능성은 KDD를 축으로 하는 연합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KDD는 KDD법 개정으로 NTT와는 반대로 국내통신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국내통신사업자와의 제휴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이미 KDD는 지역통신에서 NTT와 맞서고 있는 도쿄전력계열의 도쿄통신네트워크(TT넷)와 해저케이블 건설에서 제휴하는 등 관계를 긴밀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전화사업자인 디지털폰과 간이휴대전화(PHS)사업자인 아스텔에 출자하고 있는 도쿄전력과 일본텔레컴은 反NTT에서 상호 일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KDD를 축으로 하는 지역-장거리-국제통신사업체, 즉 KDD-TT넷-일본텔레컴-ITJ연합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같은 가능성이 실현되면 일본 통신업계는 크게 NTT와 反NTT 2개 그룹 등 3개 그룹으로 재편된다.
일본 통신업계의 대재편 가능성은 영국 브리티시텔레컴(BT)과 미국 MCI간의 합병 등 구미에서 활발한 합종연횡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보호 속에서 성장해 온 일본 통신사업자들이 글로벌 경쟁시대로 급변하고 있는 세계 통신환경 속에서 종전 형태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일본 통신산업의 대재편, 그 결과는 금후 1∼2년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