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두께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디스플레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만 작게 한다고 박형 TV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회로부분이 차지하는 공간도 작아져야 하며 디스플레이 다음으로 중요한 스피커의 크기도 작아져야 한다.
PDP를 사용하는 대화면 벽걸이TV의 본체 크기는 스피커를 얼마나 얇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EC의 사내 벤처제도로 설립된 음향기기 제조업체 오센티크가 생산하고 있는 스피커는 이같은 박형화 요구를 수용한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스피커는 영국의 오디오 관련기기 개발업체인 베리티사가 개발한 기술을 처음으로 제품화한 것이다. 음을 내는 평면진동판에 보이스코일만 부착한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두께가 1 미만이다. 압전단자를 사용해 진동판을 진동시킬 경우 두께를 3 이하로도 할 수 있다.
진동판의 면적은 25 정도까지 줄일 수 있으며 보이스코일의 크기를 작게 한다면 보다 적은 스피커의 실현도 가능하다. 이 스피커는 반대로 크게도 할 수 있다. 베리티사에서는 1백의 스피커를 시험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 보이스코일은 더 연구를 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기존 스피커와 거의 같이 사용할 수 있으며 제조비용도 기존 스피커와 같은 수준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 스피커는 공간을 줄이려는 요구뿐만 아니라 스피커를 의식하지 않게 하려는 요구도 겨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벽에 걸 수 있는 화면이나 역 구내의 간판, 전면반사형 TV의 스크린에 보이스코일을 부착해 스피커로 사용하려는 시도도 추진되고 있다.
이 스피커가 종래의 스피커와 가장 다른 점은 평면진동판의 공진을 이용해 음을 재현한다는 점이다. 종래의 스피커는 진동판이 앞뒤로 떨리는 것을 이용해 음을 재현했다. 이 때문에 진동판을 어떻게 균일하게 떨리게 하는가가 음질을 좌우하는 요건이 됐다. 또 진동판이 변형되면 특정 주파수에서 공진이 생기기 때문에 음이 왜곡됐다.
새로운 스피커는 진동판에 부착된 보이스코일이 진동판을 진동시키는 것까지는 기존 스피커와 다를 것이 없다. 다른 점은 보이스코일의 배치를 연구해 진동판을 적극적으로 공진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이스코일을 진동판의 중심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자연스런 음을 재현할 수 없다. 특정 주파수만이 공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위치에 보이스코일을 배치하면 비슷한 악기에 음을 울리는 것과 같은 상태가 돼 진공판이 공진하면서 소리를 낸다. 스피커를 대하는 어느 위치에서도 거의 같은 음질을 들을 수 있다. 종래의 스피커는 고음영역이 될수록 전방지향성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었다.
보이스코일의 적절한 위치를 찾아내는 방법은 뉴 트랜듀서社가 오센티크사에 공여한 기술이다.
새로운 스피커는 또 기존 스피커보다 음을 널리 보낼 수 있는 특징도 있다. 종래의 스피커는 가까운 곳에서는 음압레벨이 높고 스피커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음압레벨이 떨어진다. 음이 상하로 퍼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새로운 스피커는 음이 수평으로 퍼져나가 스피커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음압레벨의 저하가 적다.
그러나 신형 스피커는 스피커에서 가까운 곳에서는 종래의 스피커보다 음압레벨이 작다. 진동판의 미소한 영역이 음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이 특징은 가라오케에서 스피커와 마이크간의 거리가 가까울 때 발생하는 날카로운 잡음발생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