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기업 정책자금 배분권 논란

「벤처」라는 말만으로 무조건 정책자금이 집중 투입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최근 정책자금 배분권한을 지닌 정부 부처간에 벤처기업이 부처간 파워게임을 위한 도구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이를 이용하여 양 부처 사이를 오가며 정책자금을 타려는 기업인도 있다는 소문이다.

정보통신부와 통상산업부 사이에 이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독자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즈음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와 통상산업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자금 배분권을 둘러싸고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틈타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할 벤처기업 경영자들 중 일부가 기술은 뒷전으로 미룬 채 두 부처 사이를 오가며 정책자금을 타기 위한 로비가 적잖다는 소문이다.

정책자금은 자금사정이 좋을 리 없는 벤처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들 벤처기업에 돌아갈 정책자금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다분히 자금로비의 목적을 띤 각종 협회가 부처 산하기구로 등장, 정책자금을 가져가려는 양상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기술개발 의욕을 감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단체로 지난 95년말 처음 등록한 벤처기업협회 이외에 아직 비공식단체이긴 하지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들의 벤처기업협의회가 있고 이달 들어서 등록된 단체만 해도 ASIC설계회사협의회,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와 최근 사이버벤처그룹을 발족시켜 화제가 된 사단법인 유망정보통신기업협회등이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이달들어 발족한 유망정보통신기업협회와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는 목적의 유사성에서나 가입회원의 중복성에서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두 단체에 모두 가입한 기업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들 가운데 창업초기 높은 기술력으로 장래가 유망한 중소기업도 있었으나 근자에는 이렇다 할 기술적 발전이 눈에 띄지 않는 이름만의 벤처기업들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어려운 창업 초기에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으나 웬만큼 자란 현재 두개의 단체에서 서로 자기 협회소속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정책자금은 한번 얻어쓰면 안이한 관습의 노예가 되기가 쉽다. 따라서 정책자금을 잘 주선해주는 협회의 로비가 결과적으로 창의력이 자산인 벤처기업들로 하여금 잘못된 방법으로 기업을 유지코저 하는 길로 인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나 다 같겠지만 특히 벤처기업에 대한 일관성 없는 지원정책은 조속히 첨단산업의 기술력을 배양해야 하는 국가 사회적 요구로 보나 해당 기업 자체의 자생력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보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벤처」라는 이름만 내걸면 정부가 어떤 일을 벌이든 미덕으로 보이던 시기는 지났다.

사람도 양육시기, 교육시기, 그리고 독립된 개체로 나아갈 시기와 주변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수행해야 할 시기가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창업 초기에는 국가 사회적인 양육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 역시 양육시기에 정상성장이 가능하도록 돕자는 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목적에 충실한 정책수행이 필요하다.

정부는 벤처산업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양육시기에 보살피는 일을 어느 부처 누가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가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벤처산업의 생명이 기술개발에 있으며 정책자금이 그래서 지원된다는 사실과, 지원된 정책자금은 항상 국민의 감시감독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