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폰(CT2)시장을 잡아라.」
값싸고도 보행중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통신으로 부각되고 있는 시티폰 상용서비스가 지난 3월 말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개시되면서 서비스 사업자들 못지 않게 단말기 공급업체들간의 시장쟁탈전이 치열하다.
상용서비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의 서비스 가입자수는 무려 15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당초 개인휴대통신(PCS) 등 다른 이동통신의 출현으로 가입자 확보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초기부터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티폰 공급사들이 좋은 이름짓기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시티폰 공급사들이 초기 시장을 겨냥, 소비자들이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이름을 짓는 것이 시장점유율 확대의 지름길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호출기(삐삐)와 같이 시티폰 가입자의 주종이 20, 30대여서 좋은 이름을 만들기 위해 공급사들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아예 작명소나 전문기관인 기업이미지통합(CI) 회사를 통해 이름을 짓는 사례도 많은 편이다.
현재 시티폰 공급사들이 이름을 지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의미는 「걸어다니는 이동통신」 「무선전화기보다 진보된 제2세대 이동전화」 「도시형이라는 이름이 담겨진 시티」 등의 문구.
이들 가운데 공급사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고 있는 문구는 「시티폰」의 첫 단어를 딴 「시티(City)」가 단연 으뜸이다.
엠아이텔은 자사의 통합브랜드로 「호소하다」의 의미인 「어필(Appeal)」에다 「시티」를 합쳐 「어필 시티」로, 태광산업은 「시티」에다 「2세대 전화기」라는 의미로 「시티 투」로 명명했다.
또 스탠더드텔레콤의 「닉소 시티(Nixxo City)」는 라틴어로 「선구자(Oniks)」와 디지털 이동통신의 부호인 「0」과 「1」을 형상화한 「XO」의 합성어로 시티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델타콤은 한술 더 떠서 시티폰 플러스 단말기의 이름을 「시티폰」으로 확정했다.
보행자용임을 강조한 문구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해태전자의 「워키 투(Walkie Ⅱ)」와 한창의 「워킹 폰(Walking Phone)」이 바로 그것.
이밖에 화승전자의 「스픽스(SPIXX)」는 영어의 「Speed」와 「Express」의 합성어로 이동통신의 속도감을 표현했는데 「XX」는 「첨단통신의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으며, 유양정보통신은 삐삐기능을 내장한 시티폰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플러스 폰(Plus Phone)」으로 지었다.
삼성전자의 「마크 투(MARK Ⅱ)」는 「젊은 취향에 맞는 시티폰」이라는 의미이고, 한화의 「톡톡(Toc Toc)」은 톡톡 튀는 신세대 구매층을 타깃으로 겨냥해 작명했으며, 텔슨전자의 「칼리스타(CALLISTAR)」는 영어로 「전화를 건다(Call)」와 「Star」의 변형된 합성어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티폰 공급사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분야는 과연 보급이 얼마까지 늘어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삼성전자, 한창, 유양정보, 한화, 화승전자 등 일부 업체들은 시티폰을 본격적으로 출시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에 델타콤 등 일부 업체들은 출시시기를 상당기간 미루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그간 무려 20여개사들이 시티폰을 개발했다고 앞다퉈 발표, 예정대로라면 이미 지난 3월 말이나 늦어도 4월 초부터 제품출시가 봇물을 이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서비스는 개시됐으나 단말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등 기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지난해 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서비스 개시 때 단말기의 공급이 원활치 않아 보급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과 같은 처지다.
이처럼 단말기의 공급난이 장기화되자 한국통신프리텔과 나래, 서울이동통신 등 시티폰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와야만 가격경쟁을 유도해 초기 서비스 보급확산의 지름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삐삐와 같이 다양한 제품 가운데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라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 고유의 권리(?)를 상실하게 돼 또 다른 불만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단말기를 개발해 놓고 출시를 미루고 있는 이들 업체의 말못할 속사정은 무엇인가.
우선 시장상황의 불투명으로 인한 출시연기다. 불투명한 시장전망 속에 초반부터 무리하게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시장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활성화되면 후발업체로 뛰어들어도 사업성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신프리텔 등 3개 PCS서비스의 조기등장도 이같은 상황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본력에서나 마케팅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들로서는 생산설비 구축작업 등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불투명한 초기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기술력 미비에 의한 출시연기도 부인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즉 다른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뻥튀기기식 개발 발표만 먼저 해놓고 막상 제품을 출시하려고 해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출시할 수 없는 곤란한 처지라는 지적이다.
이는 통신 소프트웨어(SW) 등 대부분의 시티폰 관련 핵심기술이 전량 외국에서 도입돼 기존 단말기 출시업체들조차도 국산화율이 50% 미만에 그치는 등 국내 기술력 확보가 미미하다는 얘기와 일맥 상통한다.
결국 시티폰 보급의 확대 및 제품의 다양화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펼쳐 시장을 키우느냐가 최대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