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통신산업은 세계적인 PC보급과 사무자동화 및 인터넷 붐에 힘입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지난 93년 총생산액 70억대만달러(미화 2억5천만달러)에 불과했던 대만의 통신산업은 96년에는 약 1백50억대만달러(미화 5억5천3백만달러)로 3년 동안 2배 이상 늘어났다.
대만이 생산하는 통신기기는 주로 네트워크카드와 허브다. 따라서 대만의 전체 통신산업에서 점유하는 근거리통신망(LAN)분야 제품의 비중은 90%나 된다. 네트워크카드 생산량 추이를 보면 95년도에 1천26만장, 96년도에는 이보다 14% 성장한 1천1백71만장에 달했다.
대만의 통신기기산업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카드 생산은 수량 면에서의 증가에 반해 금액 면에서는 96년에 2억8천1백만달러로 95년의 2억9천8백만달러보다 감소했다. 이는 저속 네트워크카드 기술이 확산되면서 참여기업도 늘어나 단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익률 저하추세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네트워크분야 신규 참여업체들은 아직도 계속 늘고 있다. 이것은 세계 네트워크시장이 매년 25% 정도의 비율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아직 이 분야 제품을 생산해 얻을 수 있는 이익률이 PC를 제조하는 것보다는 양호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력 업체들이 제조라인 확보를 위해 다른 대기업들과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고, 소규모 회사의 매수나 주식을 공유하려는 등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만의 통신산업은 수출비중이 80% 이상이며 높은 성장세를 매년 이어가고 있어 이미 대만 무역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출 형태는 자체브랜드가 50%,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 약 35%, 브랜드 없이 수출되는 상품이 15% 순으로 구성돼 있다.
고속인터넷 및 LAN스위치 등의 중, 고급 제품의 수요가 높아 지고 있기 때문에 대만업체들은 OEM/ODM의 비중을 증가시켜 보다 고급 제품을 제조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것이 결국은 대만의 네트워크기기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만업체들의 네트워크기기 수출지역은 미국과 유럽지역이 중심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출비중이 다소 낮아지고 있지만 지난해 36%가 집중될 만큼 아직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업체들의 일본시장 공략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전체 네트워크기기 수출량 가운데 일본 수출 비중은 95년에 7%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11%로 증가하는 등 빠른 신장률을 보이고 있어 대만업체에는 일본이 유망한 수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의 통신 관련제품 제조업체는 현재 60여개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0∼30개 업체가 모뎀을 생산하고 있으며 30개 업체는 네트워크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기기 생산업체를 놓고 볼 때 상위 4개 업체의 점유율이 전체 생산량의 75%에 달하는 등 일부 업체에 대한 편중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진출업체도 Accton, CIS, DILink 등 대형업체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소업체 및 전문 제조업체들의 일본시장 진출노력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들의 일본시장 진출의지는 최근 들어 통신기기 형식승인기관인 일본통신단말인정(JAT)에 신청하고 있는 업체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대만업체들의 일본 진출을 위한 제품인정 신청이 단순기능 저가품의 양적인 면에서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전의 단순한 모뎀은 물론 PCMCIA 모뎀 등 고기능 제품을 들고 일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한편 대만은 증가하는 인터넷, 인트라넷시장에 대응하는 통신관련 신제품 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부품의 공급과 소프트웨어의 개발능력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고기능 부품의 경우 아직도 해외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출하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도 새로운 세계 표준제정에 대해 업계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대만업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