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한전, 통신망 임대 영업 놓고 마찰

국내 양대 공기업인 한국통신과 한국전력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통신망 임대영업 불공정 행위 논란이 일촉즉발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통신은 한국전력이 벌이고 있는 자가통신망의 임대영업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통신위원회에 불공정행위로 「신고」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형사고발」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한국통신의 시비가 전혀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하는 한편 오히려 한국통신이 정당한 한전의 통신망 임대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통신이 문제삼고 있는 불공정행위는 한전의 통신망 임대영업 대상이 「기간통신사업자」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통신 공정대책실 한 관계자는 『한전 직원들이 회선임대사업자인 두루넷의 2대주주라는 것을 무기로 삼아 무차별적인 영업행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는 자가통신망의 유휴설비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만 임대할 수 있는 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통신은 또한 한전이 자가통신망이 없는 지역에도 기간통신사업자들과 통신망 임대계약을 체결한 뒤 새로 망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새로 구축하는 망을 유휴설비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통신 김정수 공정대책실장은 『한전이 기간통신사업자들보다 통신망에 더 많은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통신위원회의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형사고발을 전제로 한전의 탈법사례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의 이같은 강공에 대해 한전측은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전 정보통신사업실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 주장의 핵심은 한전이 두루넷의 영업을 일부 지원했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법적인 하자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데이콤, 신세기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이 한전의 통신망을 빌려 쓰려고 했을 때 올 오어 나싱 운운하며 방해한 것이 한국통신』이라며 불공정행위를 한 것은 오히려 한국통신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전은 유휴설비 범위에 대해 한국통신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배전선로자동화계획에 따라 통신망구축계획이 수립돼 있는 지역들 가운데 기간통신사업자들의 망수요가 먼저 발생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통신이 한전을 망임대영업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최근들어 전용회선 시장에서의 한전의 위치가 한국통신의 전용회선 매출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전용회선 시장의 최대 고객으로 떠올랐던 개인휴대통신 3사에 대한 통신망 수주 결과만 봐도 한국통신은 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과만 1백% 구축계약을 따냈을 뿐 한솔PCS의 강원, 전북, 제주지역 통신망과 LG텔레콤의 전국망을 한전에 선점당해 이미 한전은 한국통신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으로부터 통신망을 임대키로 한 LG텔레콤 관계자는 『한전이 한국통신에 비해 가격, 품질, 납기 등 모든 면에서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하고 『한국통신이 교환국과 기지국간 선로를 E1급(2.048Mbps)으로 깔아준다면 한전은 1백55Mbps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통신망 수요자의 입장에서 한전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결국 한전과 한국통신의 마찰은 전기사업을 위주로 하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지나치게 통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한국통신의 「쌓인 감정」과 한전의 과잉 영업행위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정통부 한 관계자는 『한전의 영업행위가 편법이라는 혐의를 불러일으킬 소지는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통신위원회 준비사무국이 사실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어서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전이 두루넷에 이어 제2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2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할 것이 확실한 이상 양대 공기업의 감정싸움은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전망이어서 통신위원회의 첫 심의결과가 주목된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