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70)

우연이었다.

하지만 우연이 아니었다. 완전한 링크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는 과정이었다.

제주도.

환철과 우연히 동행하게 되어 그 수말과 암말의 교접행위를 보게 되었지만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완전한 링크.

환철이 한 걸음 한 걸음 혜경에게로 다가들었지만 혜경은 아직도 우연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힝- 힝- 혜경은 한 길 두 길, 거대한 몸체와 거기에 버금가는 페니스를 늘어뜨린 채 다가서는 수말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뒷발로 몸을 지탱한 채 앞발을 들고 자신의 등뒤로 다가드는 수말의 울음소리.

점액질을 줄줄 뿌려대며 다가드는 수말. 혜경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

말의 종부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발정한 암말을 가리는 일이다.

평수 수축된 채 주름이 많고 다소 함몰된 상태로 항문 쪽으로 달라붙은 국부가 점점 주름이 펴지며 음순(陰脣)이 부어 충혈이 되고 아래로 처지며 점액이 흐르는 발정한 말을 찾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배란 2, 3일 전에 최고조에 달하는데 이때가 바로 교배 적기이다.

암말은 이른 아침 최음용의 시험말에 의해 교배 적기 여부가 가려진다. 시험말은 직접 교미를 하는 말이 아니다. 암말을 흥분시키는 말이다. 일정 거리에서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는 제한장치가 있어서 시험말은 교배해야 하는 암말로 다가설 수 없는, 애만 쓰고 재미는 보지 못하는 불쌍한 말이다.

암말은 시험말에 자극되어 엉덩이를 떨구고 핑크빛으로 물든 질 점막을 홀딱홀딱 뒤집어 내보이며 반응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배 적기라 판정되어 본격적인 교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뒷발굽에 덧신을 신겨 격앙해 수컷의 배를 차지 못하게 하고, 꼬리는 중간까지 붕대로 감아 멋대로 휘저어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목부가 꼬리를 옆으로 당겨 국부를 노출시키면 수말은 멀리서 냄새를 맡고 힝힝대며 맹렬한 기세로 접근한다. 머리를 쳐들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입술을 말아 올려 잇몸을 드러내고 히죽이며 힝힝대며 암말에 부딪히듯 비벼댄다.

종마가 암말의 등뒤로 과감히 타고 올라 큰 환호의 울음소리를 내게 되면 또 한 사람의 목부가 수컷의 페니스를 잡고 한껏 벌어진 암컷의 핑크빛 문으로 유도한다.

수말의 페니스는 나팔모양의 귀두이건만 저항없이 암말의 국부로 그냥 미끄러져 들어간다. 인서트되고 난 후 암말은 허리를 낮추고 다리를 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