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면 망한다(?).」
전자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한 우물 파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기업 분위기마저 크게 뒤바꿔 놓고 있다.
과거의 영역에 안주하는 기업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으며 다양한 기술을 결합해 보다 편리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른바 복합화 추세가 급진전되고 잇는 것이다. 「복합 제품」, 「복합 서비스」, 「복합 기술」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이같은 변화의 밑바닥에는 전자 산업의 「빅뱅」을 초래한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주요 전자 업체들이 앞다투어 이 시장으로 몰려 들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3대 방송사들이 모두 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NBC가 경제 분야 정보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CBS가 스포츠 정보의 전달에 나섰으며 ABC도 홈페이지 제작업체인 스타웨이브에 출자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NBC는 특히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와 제휴, 「MSNBC」란 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을 설립하고 케이블 TV는 물론, 인터넷을 통한 뉴스 프로그램 제공에 나섰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NBC와 제휴한 것과 별도로 휴렛패커드 및 베리폰과 손잡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전자 상거래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의 부상에 따른 컴퓨터 관련 업체들의 이합집산 움직임이 눈에 띠게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 업계가 인터넷 관련 이업종 제휴의 주무대로 부상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업종 제휴 추세는 인터넷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멀티미디어화의 영향으로 컴퓨터와 통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 결합이 일반화 되고 있으며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들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들어 「정보 가전」이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 가전 분야에선 특히 일본 가전업체와 미국, 대만 등의 컴퓨터, 통신 업체들의 제휴가 활발하다.
일본 히타치와 대만 에이서가 제휴해 인터넷 단말기와 PCTV 등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 그 한 예이다.
양사는 히타치의 대만 자회사인 히타치 텔레비전을 공동 작업 기지로 활용,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보 가전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 일본 마쓰시타 전기와 미국 디버가 제휴,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는 차세대 전화기 개발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정보 가전 개발을 위한 이업종 제휴 사례가 늘고 있다.
통신과 방송 사업의 영역 구분 철폐를 겨냥한 지난해 미국의 통신법 개정은 이기종이업종 제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지역벨사인 US웨스트의 모기업인 US웨스트 미디어 그룹이 케이블 TV 업체인 콘티넨탈 케이블비전을 인수한 것을 신호탄으로 미국 방송, 통신 산업의 대변혁이 예상된다.
AT&T 등 장거리 전화 사업자들이 지역 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케이블 TV 업체들이 전화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등 미국 통신, 방송 업계가 벌써부터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통신 시장에서의 이같은 변화는 미국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향후 세계적으로 상당한 파급을 몰고올 전망이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