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여건 및 정보산업 정책방향
(백만기 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장)
최근 WTO체제가 본격 가동됨에 따라 산업 전분야에 대한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있고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상한 첨단 전략기술을 미국, EU, 일본 등 일부 선진국들이 90% 이상 독점하는 등 국제 판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정부는 WTO체제 하에서 자본주의 국가간 경쟁은 국가기술혁신체제(NIS:National Innovation System)에 달려있다고 판단, NIS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적, 입체적인 정보산업정책을 수립중이다.
또 국내 기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전략부문을 집중 육성하며, 소비자와 생산자, 수요와 공급이 조화되는 종합정책 네트워크를 공급하는 등 공급, 생산자 중심의 단편적인 정보산업정책 개선, 보완을 모색중이다.
향후 정부는 민간주도 산업개발전략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물리적 네트워크와 산업요소, 공급 중심의 정보산업정책과 이에 대한 실천방안인 비전과 전략, 법규, 기구가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검토하고 있으며 산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중이다.
또 정보산업분야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국가정보화정책에 대한 민간참여 범위와 방법을 전략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신기술과 표준을 채택하고 이를 제도화, 입법화하며 전자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분쟁해결절차를 간소화할 것이다.
인력, 표준, 정보, 기술혁신센터, 테크노파크 등 기술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을 육성하며 국제 기술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전략적 차원의 기술혁신정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가 비전으로서의 정보화추진체제와 정보산업정책 및 조직 운영체제의 효율성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통산성과 우정성을 통합해 산업성으로 재편하려는 것도 바로 정보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HW를 중심으로
(이상근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부장)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하려면 개미군단이라 불리는 대만 중소업체과 국내업체의 차이점을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국내 기업은 무엇보다 기술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만의 경우 미, 일 등 선진국에서 신기종, 신기술이 발표된 후 6개월 안에 동등한 성능을 지니거나 개량된 제품을 개발하는데 비해 한국은 기술개발 시간보다는 정책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상품생산 시기를 놓치고 있다.
대만 기업들은 창업 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사제품을 알리기 위해 미국, 유럽 등지의 컴퓨터 전문지를 적극 이용하고 국제 전시회에 참여하며 마케팅, 기술분야에 외국인 전문가를 과감히 고용하는 등 시장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하드웨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정책적인 면이 보완돼야 한다.
먼저 정보전자산업 기술개발을 지원할 전문기술연구소 설립이 시급하다. 대만은 경제부에 공업기술원을 두고 전자공업연구소(ERSO)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토록 배려해 세계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을 석권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대만 정부는 기업이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반도체 칩)을 ERSO 등 연구소에서 개발한 후 이를 사업화하도록 기업설립도 지원하고 있어 국내 현실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시장정보센터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개발은 물론 공통 애로사항인 시장개척, 기술정보 및 시장정보 모집, 제공, 해외전시회 공동관 지원 등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다.
또 연구기관의 해외기술인력 유치 및 기업과 연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대만은 해외기술인력을 ERSO와 자신공업책진회(III) 같은 연구기관에 유치, 연구결과를 기업에 소개하거나 기업들이 이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있으며 이들이 직접 창업할 수도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정부는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학의 전자관련 인원을 대폭 확대해 수요처인 기업에 제공,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
(정철 에이앤지 사장)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한마디로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보호장벽조차 없는 무방비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
도스 시절만 해도 영어체계와 판이하게 다른 「한글」이란 보호막이 국내 산업을 어느 정도 지탱시켜준 것이 사실이지만 윈도95 시대에 들어서면서 한글은 더 이상 안전장치 역할을 못하고 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이미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수천명의 개발진을 거느린 공룡기업들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패키지 상품을 앞세워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한 국내 주요 SW업체들이 패키지사업보다 시스템통합(SI)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를 갖춘 벤처기업인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도 국내 SW업계의 고민거리다. 기술과 시장을 함께 조망하면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기술추이에 맞춰 한발 앞선 제품군을 확보하면서 적확한 시기에 제품출시를 병행하는 전략경영을 실시하는 기업체가 많지 않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적자원 육성이 시급히 요청된다. 특히 자본과 인력이 모두 부족한 국내 실정을 감안, 정부차원에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분야나 핵심기술력이 필요한 특정분야를 선정해 고급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조달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창업초기의 투자를 전담하는 에인절캐피털과 기업체로서 외형을 갖추는 단계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과 기관투자가, 공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코스닥 등을 수직화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넷스케이프社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 과감한 신규투자가 줄을 잇고 있고 애플사 보다 높은 주식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부동산과 담보, 매출액에 의해 투자여부와 금액을 결정하는 국내 자본조달체계가 어떻게 개선돼야 할런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제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체제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특히 신기술, 신개념을 도입한 제품을 출시할 경우 외국 경쟁업체에 대한 개발정보와 시장정보를 초기에 얼마나 민첩하게 확보하는지 여부는 사업 성패와 직결된다.
◇멀티미디어 PC보드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차재원 제이스텍 사장)
현재 국내 컴퓨터 핵심부품인 주기판을 생산중인 업체는 2∼3개, 멀티미디어 카드는 10개 가량의 업체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내수를 포함해 2% 미만으로 극히 미미한 실정이며 국내 시장 역시 대만, 미국 등지의 수입 제품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보드산업은 특성상 개발, 마케팅, 영업, 자재조달 및 의사결정 등 모든 측면에서 신속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관료화한 대기업보다 중소 전문기업에 의해 주도되는게 당연하다.
보드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먼저 대기업의 협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대기업들은 자기 브랜드로 PC를 제작 판매하며 이에 필요한 보드는 보드 전문업체들이 공급하는 분업체제로 정착돼야 한다.
정부 주도의 행정전산망이나 교육망 컴퓨터 조달 때도 국내 보드 제품을 채용한 PC를 우선 구매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주요 경쟁력 요소 가운데 하나인 제조능력 신장을 위해 보드산업 생산단지를 조성, 단지 안에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초고가 특수 제작설비를 정부 지원하에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금융환경, 인력분배 구조 및 기업의 오버헤드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통한 금융조달이 용이하게끔 등록요건을 완화하고 코스닥시장 자체가 더욱 활성화하게끔 금융기관 및 펀드들의 코스닥 시장 투자를 유인하거나 일정 비율개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격려하기 위한 세제상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반면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행정권의 주도하에 설정돼 있는 대규모 정책성 지원금융은 로비력이 월등한 대기업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고, 제품개발보다는 이른바 눈먼돈 따내기에 몰두하는 변칙 중소기업을 양산, 결과적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부실기업을 낳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사업별 인력수요에 걸맞은 교육기관의 전공별 정원 재조정이 필요하며 해외 교포기술인력의 국내 중소기업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병역 특례자들을 중소기업에 집중 배치하는 정책적 고려도 강화하고 스톡옵션제와 종업원 지주제도의 운용에 있어서 중소기업 종사자가 대기업군 종사자보다 우선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