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7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 정보산업의 대외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정보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체제 개편방안과 인력확충방안, 벤처기업 육성책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을 가졌다. 이번 모임의 토론내용과 주제발표를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최두환(한창그룹 정보통신기술 총괄부사장) = 한국 정보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정부의 정책기조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통상산업부와 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 간의 시각차가 종종 발견돼 정책 추진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정보산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모니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이 대만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이 없어서 밀리는지 혹은 채산성이 떨어져 시장에 매력을 못느끼는지 명쾌하게 진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량이나 시장 점유율 등 단순 수치 만으로 경쟁력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황희철(대검찰청 부장검사) = 국내 벤처기업들은 자본 및 기술력이 매우 취약하다.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벽이 무력화됨에 따라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외국 업체들이 물밀 듯 밀려올 태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벤처기업간의 상호 보완적 제휴와 통합, 합병이 시급히 요청된다.
또 지적재산권 보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적재산권을 적극 보호할 경우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선진국과의 마찰도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재산권 보호에 나서는 것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유광원(삼성SDS 이사) = 인력문제가 심각하다는데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컴퓨터를 포함한 정보통신 유관분야의 대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해결하려면 대학내 복수전공제도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한다.
복수전공제를 실시한다면 철학과나 국문과 등을 전공한 인재들이 첨단분야에 대한 전문기술을 함께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정보통신 업계에 취업했을 경우 이중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자원낭비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원식(정보통신부 산업지원과장) = 올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주요 정책중 벤처기업 육성책은 그동안 소외돼 온 중소기업들을 산업계의 주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누구나 간단한 절차로 창업할 수 있다면 기업 체질이 취약한 중소업체를 양산, 결국 부도로 인한 경제사범을 양산할 가능성도 높은게 사실이다.
▲송관호(한국전산원 표준본부장) = 국내 정보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터넷 컨텐트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검색하고 있는 정보는 95% 가량이 미국내 기업체나 개인서비스 제공자가 제작한 웹사이트 컨텐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준화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소비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기업체 입장에서 고도의 판매전략과 연계시킬 수 있는 표준화전략을 병행한다면 단기간에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남희(ETRI 책임연구원) =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시급히 요청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언어와 문화, 법률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육성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와함께 벤처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직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정보사업체들이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꺼리고 있지만 이들을 적극 채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영만(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최근 네트웍 망이 기본으로 설치된 인텔리전트빌딩 건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정보통신계의 인프라스트럭처로 사용하기에는 무리다. 따라서 건물에 새로운 하드웨어와 네트웍 케이블을 설치하지 않아도 손쉽게 정보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는 모빌컴퓨터 및 응용제품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 정보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주도하는 표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중소업체의 경우 표준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을 감행할 경우 초기투자비용이 많이들고 제품을 양산해 놓고도 기존 제품, 혹은 추가 도입물량과 호환이 안돼 시장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종철(송우정보 사장) = 국내 언론은 국내 정보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게 사실이지만 현실과 거리감있게 보도하는 등 부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를테면 인트라넷 사업이나 2천년 문제 등은 언론에 의해 과대포장돼 시장과열을 가져온 반면 언론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전통적 전산처리부문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유망한 첨단제품과 최신기술을 앞세운 벤처기업으로 집중됨에 따라 심각한 인력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중소기업이 전문화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데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프트웨어 산정비가 너무 적고 개발자 인력부족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중소업체 고급엔지니어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두뇌사냥」은 벤처기업들의 생존 기반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천세영(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DB팀장) = 국내 정보산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대학 교육에서 시작된다. 졸업후 기업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는 인력을 양산하고 있는 대학교육은 산업환경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실패한 기업을 자주 본다, 기술보다는 영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제품은 적당히 만들어도 로비나 인맥만 잘 잡으면 판매할 수 있다는 논리가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한 정보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철(에이엔지 사장) = 국내 정보산업계의 심각한 문제는 학교와 기업간의 연계가 전혀 없다는데서 시작한다. 기업체 근무자가 대학 강단에 서고 싶어도 근무경력과 개발실적, 상품화 경력 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기업체 경력이 전혀 없는 교수가 전체의 90%를 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정보산업계의 산학연대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에 대규모 연구단지나 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소기업들을 지원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정보와 시장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