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만이 살아남는다.」
오늘날 세계 전자산업은 급변하는 기술 및 시장환경에서 적자(適者)를 가려내는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격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제공격을 통해 그 분야의 세력을 키워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다시 말해 표준으로 자리잡아 좀더 넓은 시장기반을 다지는 것이 경쟁업체에 대한 최선의 방어인 셈이다.
이같은 법칙은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주변기기, 통신, 반도체, 가전 할것 없이 모든 분야에 똑같이 적용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현재 세계 정보기술 시장 패권을 장악한 것은 그들의 제품이 이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표준으로 확고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70년대 매킨토시 신화를 만들며 개인용컴퓨터의 화려한 막을 올렸던 애플이 그후 MS와의 운용체계(OS) 경쟁에서 패한 후 지금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표준의 위력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어느 분야에서건 표준을 통한 주도권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가운데 네트워크 환경에서 클라이언트 유지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저가 네트워크PC 표준대결이 대표적이다.
오라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가 주도하는 네트워크컴퓨터(NC)와 MS, 인텔이 제안한 넷PC의 경쟁은 규격개발과 시제품 단계를 거쳐 서서히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오라클, 선, 넷스케이프, IBM 등이 제휴하고 있는 NC는 지난해 5월 이들 업체가 표준규격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개발이 급진전을 보이며 지난해 가을 IBM, 선, 영국 아콘사의 제품이 신호탄을 울렸고 현재까지 단말기 및 서버와 관련한 솔루션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NC는 5백달러 미만의 저가에 필요할 때마다 애플리케이션을 서버에서 불러와 사용하기 때문에 자체 저장시스템이 필요없고 8M 정도 최소한의 메모리만 내장함으로써 시스템 운용과 유지 관리를 쉽고 간편하게 만든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기업 네트워크 환경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컴퓨터시장에서 NC 공세에 맞서 MS와 인텔이 지난해 10월 레퍼런스 플랫폼을 발표한 넷PC는 지난 4월 최종규격이 확정되면서 개발 및 제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MS, 인텔 외에 컴팩, 델, 휴렛패커드 등이 지원하고 있는 넷PC는 NC처럼 역시 디자인을 크게 간소화하고 관리비용을 절감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윈도를 기본 플랫폼으로 채택함으로써 기존 PC와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자바나 액티브X 등으로도 플랫폼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아직 넷PC 제품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컴팩이나 HP의 경우 9백달러대 저가 데스크톱을 넷PC로 활용한다는 방침이고 최근 게이트웨이2000이 이 규격 제품을 정식 발표함에 따라 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올 하반기에는 NC와의 주도권 경쟁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기업시장에서 NC와 넷PC의 경쟁은 NC가 시기적으로 선제공격에 나서 현재로선 시장형성에 다소 유리한 입장에 있지만 넷PC 진영 역시 MS, 인텔을 비롯해 유력한 하드웨어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어 승패를 쉽게 판가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서버시장에서의 표준경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유닉스와 윈도NT로 대표되는 서버시장의 표준대결은 유닉스 기종이 아직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3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는 NT보다 우세하지만 최근 1, 2년새 NT의 급속한 성장률을 감안하면 이같은 구도는 조만간 역전될 수도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현재 중대형 서버분야에서 유닉스가 아직 강세고 NT는 플랫폼 표준을 앞세워 주로 PC서버나 워크스테이션 분야에서 위력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중형시스템에서도 SMP방식의 NT기종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주도권 다툼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서버에서의 표준경쟁은 전형적인 NT-인텔 프로세서, 유닉스-RISC 프로세서 결합관계가 NT-RISC, 유닉스-인텔의 선택적 결합으로 진전되면서 서로 플랫폼을 확대해나가는 방향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