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옥은 다시 1호 발사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발사직후 느꼈던 안타까움이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의 얼굴엔 비장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만큼 1호 위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기술은 스텝 바이 스텝으로 발전되어 간다.
그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인 위성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는 안된다. 기술이전의 벽이 높고,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그 기술은 이제 활용가치가 없는 기술이 되고 마는 것이다.
1호 위성에 설치된 중계장치는 디지털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세계 최초라고 말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되었다. 비용과 기술의 어려움에도 새롭게 개발하다시피 한 그 방식을 택한 것은 앞으로 위성통신의 주류가 될 디지털 중계방식 기술을 한꺼번에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우리나라가 전전자교환기를 자체 기술로 확보하고, 수출까지 하고 있는 것도 무리를 해서라도 두 단계 세 단계 뛰어넘어 단번에 선진기술을 따라잡자는 의지를 모아 노력한 결과였다. 무리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스텝 바이 링크.
한 걸음 다가서 한꺼번에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 한 걸음이 1호 위성이었다. 위성의 시한은 10년. 다음 위성 발사 때엔 우리의 기술로 위성을 띄워 올리기 위한 내부적 전략이었다. 그만큼 은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1호 위성 발사 D-2.
기상예보 좋지 않음.
회사를 대표하여 아침 6시 코코아 해변에 있는 위성 상황실에서 한국 방송기자단에게 위성발사 준비현황 브리핑. 아침 7시 케이프커내버럴 발사장 상황실에서 있었던 D-2일 브리핑에 참석. 9시, 기상예보와 지상 및 고공의 풍향에 대한 기상상태 브리핑에 참석.
플로리다 남부의 동쪽 약 2백㎞ 해상에 허리케인 발생. 그 진로가 카운트다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보고에 긴장. 기상 전문가들 허리케인의 상륙 지점을 플로리다 북쪽으로 예상, 위성발사 당일에는 플로리다 남부지방을 통과할 것으로 보여 발사를 위한 기상조건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
허리케인은 최대 시속 1백80㎞의 강풍과 열대성 폭우를 가지고 서쪽으로 시속 약 4㎞의 속도로 이동중.
허리케인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면서 계획대로 일정 진행. 기타사항은 모두 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