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개월간 잠정적으로 개점휴업」
플렉스(FLEX)방식 고속무선호출 본격 상용서비스 개시를 불과 한달여를 앞두고 광역 삐삐에 들어갈 로밍칩 확보난으로 단말기 공급사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
원천 기술보유사인 모토로라가 이달 중순께 가서야 로밍 칩을 공급할 예정이어서 제조업체들이 제품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공급은 빨라야 8월께나 가능할 전망돼 단말기 공급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사업자들의 서비스 시작한 지 한참뒤에야 단말기가 공급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나 올 3월 시티폰(CT2)상용서비스 개시 때와 같은 처지다.
이에 대해 모토로라측은 『국내에 공급될 칩이 당초 예상보다 기술개발이 늦어져 현재 업체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적기에 공급치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기술개발이 끝나 빠르면 8월께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토로라측의 이같은 변명에도 불구하고 로밍칩 구득난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올해들어 국내 시장에서 극심한 판매부진을 보이고 있는 모토로라가 오는 8월께 자사의 제품을 먼저 출시한 뒤 칩을 공급, 국내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교묘하게 지연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칩에 관한 데이타 목록을 당초 지난 달 15일께 배포키로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이달 중순께 공개하겠다는 등 횡포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이같은 지연작전에 휘말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체들 뿐』이라고 비난했다.
업계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속 광역삐삐의 서비스 방식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모토로라가 칩공급권을 가지고 있는 SSID방식과 함께 현재 부품공급이 가능한 NID방식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SK텔레콤, 서울, 나래이동통신 등 사업자에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사업자들이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NID방식보다는 SSID방식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NID방식은 지역간 로밍이 아닌 국가간의 로밍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방식인데다 아직까지 지역 등록 확인메시지기능이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국내 광역 서비스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모토로라의 선처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모토로라가 삼성전자, 팬택, 스탠더드텔레콤, 맥슨전자 등 모토로라와 특허사용계약을 맺은 일부 업체들에게만 소량의 칩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칩의 조기확보에 힙입어 현재 기술개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팬택은 이 분야의 조기 기술개발에 힙입어 오는 9월까지 3개월간 무려 70만개, 4백억원에 이르는 고속광역삐삐 공급계약을 이들 사업자들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고속 광역 삐삐 서비스 도입을 계기로 국내 단말기 업체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위년 기자>